[뉴스핌=김선엽 기자] 새해 들어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와 아동수당 확대 등 사회적 반향이 큰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청와대와 여당, 정부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엇박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정청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른바 '핑퐁 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 법무부장관 "가상화폐 폐지" vs 靑 "시간 두고 시장 반응 봐야"
지난 11일 저녁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 청와대 측은 "가상화폐 관련 코멘트가 없을 것"이라며 ""해당 부처를 취재해달라"고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가 가상화폐 규제의 '콘트롤타워'로 사태 수습에 나서는가 싶더니 다시 공을 부처로 넘긴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뉴시스> |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래소 폐지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언급,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주광덕 원내전략상황실장은 “가상화폐의 주된 이용자인 20~30대, 예컨대 젊은층의 반발이 심하고 대참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 보고를 위해 법무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도 내부적으로 가상화폐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관련 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충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해당부처 장관들이 언급한 맥락을 이해하지만 사전에 조율되지 않아 대응이 늦어진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 합의 뒤집는 '아동수당 전계층 확대' 발언..여당서도 "이러면 더 어려워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수당 지급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당정청간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아동수당 법안을 논의할 때 0~5세 모든 아동에게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크게 반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려운 대화과정을 통해 도출한 합의를 무시하는 행정부의 월권행위는 또 다른 불필요한 복지 논란을 촉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뿐 아니다. 여권의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득 하위 90%만 하는 것으로 합의됐으면 합의를 지키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정부가 (상위 10%까지 전부 지원하겠다고) 바꾸겠다고 하면 국회는 앞으로 더 합의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
통상 정부 핵심 정책 대해선 당정청 협의를 거치는데 이번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선 정부 부처와 여당 간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
범 정부 부처가 참여한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당과의 조율은 생략됐다.
여당과 야당 모두 아동수당 확대 논란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공약을 지키겠다는 박 장관의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에 대해서도 여당이 제동을 걸면서 교육부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은 법 개정도 하기 전에 참으로 성급한 발표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