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최근 전세계적인 가상화폐 열풍으로 블록체인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선점을 위한 중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보고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현지 기업은 주력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 시장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 규제와는 달리 중국 정부 당국이 관련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중국 IT 기업, 블록체인 기술 도입 적극 나서
최근 중국에서는 현지 유수의 인터넷 IT 기술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경쟁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주력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 가능한 글로벌 식품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금융 분야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13일에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블록체인 기술 연구 개발 및 개방형 서비스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중국 2대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 JD.COM)은 위조품 방지 및 식품안전 등에 대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유명 게임업체 왕이(網易, 넷이즈)는 지난 8일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자오차이먀오(招材喵, 재물을 불러다 주는 복고양이)’라는 이름의 게임은 디지털 화폐로 가상의 반려 고양이를 거래하는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양육 게임이다. 현지 일각에서는 게임업계 넷이즈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번 게임을 계기로 중국 내 블록체인 게임 대중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중국 블록체인, 정부 육성 기조 바탕으로 승승장구
중국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빨라진 배경에는 당국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기조가 뒷받침해줬다. 실제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보고, 최근 1~2년간 일련의 육성 정책을 집중 시행했다.
2016년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을 처음으로 '중국 제13차5개년 국가정보화계획'에 기입했고, 2017년에는 국무원 발표 4개 문건에서 블록체인을 거듭 언급했다. 지난해 초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주도하에 블록체인 기반 어음교환 플랫폼 시범운영이 성공, 실질적 기술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방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텅쉰차이징(騰訊材經)에 따르면 2017년 11월까지 저장(浙江), 장쑤(江蘇), 구이저우(貴州), 푸젠(福建), 광둥(廣東), 산둥(山東), 장시(江西), 네이멍구(內蒙古), 충칭(重慶) 등 중국 9개 성(省)ㆍ자치구ㆍ직할시가 블록체인 관련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이 중 일부 지역은 블록체인을 전략적 발전계획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블록체인 시대에 선제적 준비를 요구하는 현지 전문가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국 벤처투자 거물' 쉬샤오핑(許小平) 전거펀드(真格基金, ZhenFund) 창업주는 “블록체인 혁신 기술은 과거 인터넷이나 모바일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고 획기적으로 기존 산업을 바꿔 놓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준비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미래 블록체인 시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쉬훙보(許洪波) 촹다캐피탈(創大資本) 창업주는 “10년 이내 블록체인 분야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3사 시총 합계를 뛰어넘는 공룡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 강점 분야에서 경쟁력을 제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기업들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류쩌징(劉澤晶) 자오상증권(招商證券, 초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 응용 사례를 보면 그 방식이 아직 비교적 단순하다”며 “블록체인 기술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볼 때 기술 본격 활용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유력 증권사 궈진증권(國金證券, 국금증권)도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태”라며 “단순히 가상화폐 투기 등 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보다는 치밀한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중국에서의 블록체인 열풍을 입증하듯 블록체인 테마주 주가 강세가 두드러졌다.
현지 증권 매체 텅쉰차이징(騰迅材經)에 따르면, 12일 기준 중국 금융서비스업체 이젠구펀(易見股份, 600093.SH) 주가가 연초 이래 58%가 상승했고, 컴퓨터 관련 기업 신천커지(新晨科技, 300542.SZ) 주가도 약 54%가 올랐다.
그 외 경공업 제조 관련 업체인 안니구펀(安妮股份, 002235.SZ), 전기설비업체 아이캉커지(愛康科技, 002610.SZ) 등 블록체인 테마주 주가가 같은 기간 45.4%, 26.6% 오르며, 블록체인에 대한 현지 업계 관심을 반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