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국제유가 상승이 한국경제 성장 변수로 떠올랐다. 국제유가는 최근 3년래 최고치에 근접했다. 1배럴당 7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국내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유가가 오르면 국내 기업 채산성도 나빠진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유가 상승은 불청객인 셈이다.
16일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과 물가안정 변수로 국제유가 변동을 꼽는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이 출렁이고 국내물가도 영향을 받아서다.
◆ 정부, 유가 55달러 예상…벌써 66달러 돌파
정부는 2017년 12월 내놓은 '2018 경제정책방향'에서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해 국제유가를 1배럴당 평균 55달러로 예상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 연장과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을 모두 고려한 전망치다.
정부 예상치는 연초부터 빗나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66.29달러다. 1년 전(53.45달러)과 비교하면 24%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각각 24.7%(56.01달러→69.87달러), 21.2%(53.01달러→64.3달러) 상승했다.
정부 전망이 어긋난 배경엔 북미 중심의 이상 한파가 있다. 매서운 추위에 석유 수요가 폭증한 것. 예루살렘발 중동 정세 불안도 한몫했다. 이에 외국에서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올리는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1월 전망에서 브렌트유 가격을 기존 전망치보다 약 3달러 올렸다"고 설명했다.
◆ 유가 오르면 국내물가 상승하고 소비 줄어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입 가격 등이 올라서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반영되기까지 약 2주 걸린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WTI 가격이 1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37% 오른다고 예측했다. 또 1배럴당 80달러에 도달하면 소비자물가는 0.61% 치솟는다고 전망했다.
물론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항상 악재인 것은 아니다. 적당한 물가상승은 경기가 좋다는 신호다. 세계 주요 국가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 안팎으로 잡는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물가상승이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70달러와 80달러일 때 소비가 각각 0.5%, 0.81% 준다고 예측했다.
산업연구원 신윤성 부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 원가 상승으로 기업 채산성 악화
유가 상승은 기업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늘어서다. 기업 채산성 악화는 뻔한 일이다.
산업은행과 에너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유가가 오를 때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석유화학과 섬유 등을 꼽는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무와 플라스틱제품, 시멘트를 포함한 비금속광물, 자동차 및 트레일러, 가죽·가방·신발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석유제품 제조원가는 7.5%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이사대우는 "원유 및 석유제품의 원가 비중이 높은 석유 제품, 화학 및 운송 등의 산업에서 생산비 생산 압력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유가 상승분을 전부 판매 가격에 전가할 경우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도 우려된다"며 "가격 전가율을 낮추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