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정현이 한국인 선수로는 10년 4개월만에 처음으로 호주 오픈 메이저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사진= AP/뉴시스> |
[뉴스핌=김용석 기자] 정현이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와 맞대결한다.
정현(58위·22·삼성증권 후원)은 1월20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3회전에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21)를 상대로 3-2(5-7 7-6 2-6 6-3 6-0)로 대역전승, 생애 첫 메이저 16강에 올랐다.
그는 이날 승리로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써낸 한국 남자 선수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10년4개월 만에 테니스 메이저 대회 16강에 오른 선수가 됐다.
정현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와 맞대결을 치른다. 조코비치는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위·스페인)를 3-0(6-2 6-3 6-3)으로 꺾고 16강에 합류했다.
정현은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한차례 만나 0-3(3-6 2-6 4-6)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 정현의 상승세를 보면 또한번의 쾌거도 기대할만 한다. 팔꿈치 등 여러 부상으로 세계 랭킹 1위에서 물러난 조코비치는 비놀라스와의 경기전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세계 4위 꺾은 58위 정현의 상승세
2016년 완승을 거둔 조코비치는 정현에 대해 "많은 경험을 쌓으면 최고 선수가 될 것이다. 백핸드가 특히 좋다"며 칭찬 한 바 있다.
조코비치 자신의 말대로 이젠 '최고 선수'와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현과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정현은 노박 조코비치에 대해 “2년 전에 이 대회 1회전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와는 조금 새로운 느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 전과는 서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로서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조코비치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정현은 차세대 선두 주자의 한 명으로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다. 최근 경기를 보면 별로 흠잡을 곳이없다. 16강부터는 매 경기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정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정현은 세계 랭킹 4위 즈베레프를 꺾은 것에 대해 만족해 했다. 정현은 경기후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힘든 경기였고 100%를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정현은 “즈베레프와는 지난해 한 차례 대결했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다. 냉정함을 유지하고 긴장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승리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이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지난해 마지막 대회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올해 출발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즈베레프를 상대로 지난해 4월 열린 바르셀로나 오픈 16강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높은 집중력으로 대역전승을 일군 정현은 “1, 2년 전만 하더라도 역전승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요즘은 코트에 서 있는 자체가 기분이 좋다 보니 승패를 떠나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즈베레프 “정현 50위권 선수 아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정현에 대해 “정현을 이길 선수는 별로 없다. 50위권의 기량이 아니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정현이) 5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오늘은 톱10에 드는 기량을 보여줬다. 50위권 실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1회전에서 즈베레프의 형인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를 꺾은 데 이어 전에서 동생까지 이겨 형제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즈베레프는 경기가 안 풀려 실내 경기장에 조명을 켜달라는 수차례 어필에 이어 테니스 라켓을 부러트려 경기후 대회 측으로부터 공식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즈베레프는 “어두워서 집중하지 못했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즈베레프는 운이 지독히 따르지 않는 선수다. 이번에는 다크호스 정현을 만나 실패했다. 랭킹에 비해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즈베레프는 랭킹은 세계 4위이지만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라간 적이 없다.
정현, 친형·아버지 등 모두 테니스 가족
정현은 아버지에게 테니스를 배우는 등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테니스 가족이다.
아버지 정석진 씨가 바로 고교 테니스 감독이다. 어릴적부터 아버지에서 테니스를 배운 정현은 고교때 부친과 같은 학교에서 생활했다. 친형 정홍(25)도 현대해상에서 실업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현은 어릴적부터 두각을 나타내 12살때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우승으로 군대 문제도 해결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단식 우승을 이끈 정현은 지난해 말 넥스트 제너레이션 정상에 올랐다. 이후 새해 첫달 랭킹 4위를 꺾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대회 16강 진출로 최소한 40위권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한국인 랭킹 최고 기록은 이형택이 기록한 36위다.
정현의 경기를 보면 두툼하고 특이한 안경을 쓰고 있는데 이는 그의 고도근시 때문이다. 정현은 테니스 경기를 위해 시력 교정을 겸한 특별 제작 안경을 착용한다.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경기가 안풀리자 심판에게 '조명을 켜달라'는 수차례의 항의를 했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테니스 라켓을 부러트려 경기후 경고를 받았다. <사진= AP/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