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규희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 등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원 안팎에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학선 기자 yooksa@ |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전날 13명 전원이 참석한 긴급간담회를 갖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대법관들은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원 전 원장의 재판에서 청와대가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22일 법원 추가 조사위원회가 밝힌 조사 결과에서는 법원 행정처가 특정 법관의 동향 및 성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선고 전후로 담당 재판부 동향을 파악한 문건 등이 포함됐다.
일선 판사들은 대체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추가조사위가 블랙리스트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문건들은 사실상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 가정사나 재판 분위기까지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법관의 독립을 부정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목소릴 높였다.
또 다른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문의를 받고 재판부 동향을 파악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청와대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강하게 항의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개인주의자 선언’ 등 저서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자신의 SNS에 “참담하다”고 글을 올렸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일부에 불과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들이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추가조사위는 조사 대상 컴퓨터 4대 중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컴퓨터는 조사에서 제외됐고 나머지 3대의 컴퓨터에도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암호가 설정된 파일 약 760개는 아예 조사하지 못했다. 특히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나왔지만 들여다볼 수 없었다.
반면 특정 법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나 관여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관리 대상’이었던 법관이 동기보다 먼저 승진하는 사례도 있어 사실 무근이라 해석하는 쪽도 있다.
한 판사는 “행정처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난 한 판사는 이후 동기들보다 먼저 지원장이 된 경우가 있다”면서 “블랙리스트라면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의혹으로 법원 내 불신만 커졌다”고 전했다.
22일 추가조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공개했다. 추가조사위는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는 다수의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가조사위원회가 밝힌 문건에는 ▲법원 내부 학술단체 활동 동향과 그 대응방안 ▲판사회의 및 사법행정위원회 관련 대응방안 ▲특정 법관에 대한 동향 파악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특정 사건 담당재판부 동향 파악 등이 포함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