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1일 개헌안 당론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소속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개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지에는 '권력구조 개편' 문항을 제외한 핵심쟁점 사안이 모두 포함됐다. 의원들의 설문조사 결과, 다수결에 따라 지방분권·토지공개념·검사 기소권 등 개정 헌법의 뼈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지도부는 헌법 전문을 비롯해 기본권·지방분권 등 6개 세부 주제·28개의 문항으로 설문지를 구성, 지난 29일까지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개헌 논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지방분권, 국세·지방세 비율 60% 대 40%로 변경할지 관심
개헌 설문조사에는 지방분권 확대를 헌법 총론으로 택하고, 지방정부의 형태까지 헌법에 명기할지를 물었다.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하고 있다.
제안 취지는 헌법에 지방정부 형태를 명시하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의 종류를 자의적으로 변경해 지방자치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지방정부의 종류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개헌 자문위원회는 이같은 헌법 내용 도입을 권고했다.
지방분권의 형태에 대한 질문도 있다. 우선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규모가 80%대 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2할 자치'를 해소하기 위해 비율을 60% 대 40%로 바꾸고 입법 자율권을 더 보장하는 '지방자치강화형'이 있다.
이외에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격상하고 중앙정부의 일로 정한 것 이외에 독자적 행정·입법·재정권을 갖는 '광역지방정부형', 지자체를 미국의 주(州)와 같이 규정하고, 독자적인 행정·입법·사법권을 갖는 '연방정부형', 현행 헌법 수준 유지도 선택지에 나와 있다.
◆ 농지 소유자격,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할까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할지를 묻는 의견도 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처분 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과도한 투기를 막고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해 명기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명문화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선택지가 있다.
토지 공개념은 추미애 대표가 지난해 9월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특강 등에서 '지대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제기한 의제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4일 개헌 의총에서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원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도 했다.
여권 지도부가 토지 공개념 도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어 당내 의원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의 삭제 문항도 있다. 경제유전은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규정의 구체화 ▲경제민주화 조문 강화 ▲국회 예산편성권 강화 여부 등의 내용도 설문지에 포함돼 있다.
◆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 폐기, 사법경찰도 영장 청구 허용
사법부 개혁과 관련된 문항도 여럿 포함됐다. 우선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에 대한 조문을 폐기해 검사 외에 특정 자격을 가진 경찰(사법경찰)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지를 묻는다. 또 기소법정주의 조문을 신설하고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기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명기할지 등에 대해서도 답하도록 했다.
대법원장·헌재소장·대법관·헌법재판관 선출 시 대통령이 지명해 국회의 동의를 받는 현재 방식을 별도의 인사추천위에서 추천하게 하고 국회에서 동의하는 절차로 바꾸는 질문도 담겼다. 아울러 헌법재판관의 자격조건을 완화할지 여부, 재판에 법관뿐 아니라 국민도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법에 두는 내용도 묻는다.
기본권 신설안도 포함됐다. 생명권을 헌법적 권리로 담을지, 정치적 망명이나 정정보도청구권에 대한 규정을 신설할지 여부 등도 묻는다. 이 밖에도 행정수도를 명기할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꿀지의 문항도 있다.
권력 분산을 제도화하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 산하인 감사원의 소속 변경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헌법 명시 여부도 묻는다.
다만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문항은 야권과의 협상을 위해 빠졌다. 쟁점 사안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당론 채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