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수진 기자] 불에 타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무기단열재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등 겨울철 화재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희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6일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 벽면이 시커멓게 그슬려 있다. [뉴시스] |
30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유기단열재 대신 무기단열재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 무기단열재란 유리나 모래, 암석 등 무기 원료로 만들어져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그라스울'과 '미네랄울'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KCC와 벽산 등이 생산하고 있다.
흔히 '스티로폼'이라고 불리는 발포폴리스티렌 등 유기단열재는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져 불에 매우 잘 타고 대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이번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1층 응급실 옆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단열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을 태우며 유독가스가 확산돼 인명피해가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건축물 중 60~70% 가량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등 유기단열재가 사용돼왔다. 생산 기술이 간단한데다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무기단열재를 주로 사용한다. 지진이 많아 화재 안전성이 중요한 일본에서도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 사용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
한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무기단열재가 유기단열재보다 보통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싸다"면서 "국내에선 대표적인 단열재로 스티로폼이 꼽히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무기단열재가 가장 기본적인 단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무기단열재의 비중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속도가 많이 더딘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기단열재로 가는 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타는 않는 재질의 단열재를 쓰면 화재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