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기금을 포함한 장기 기관투자자들이 달러 ‘팔자’에 나섰다.
금리가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지만 월가 ‘큰손’들은 달러화 약세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지난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약달러 선호 발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연기금과 대학 기금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자와 일부 뮤추얼펀드가 선물옵션 시장에서 ICE달러 인덱스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에 따르면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 운용사들이 달러화에 대해 5000계약 하락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기관들이 달러화 하락에 베팅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주요 통화에 대해 10% 내외로 떨어진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점친 셈이다.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 큰손들이 달러 하락을 겨냥하자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표정이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2.5%로 10년래 최고치를 이룬 한편 중국과 신흥국 경제 역시 탄탄한 성장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관련 통화 상승 가능성에 베팅, 시중 자금이 달러화에서 유로화를 포함한 그 밖에 통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업계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화 하락을 겨냥한 포지션을 취한 데 이어 ‘팔자’가 장기 투자자로 확산되자 당분간 달러화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의 쿤 고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인터뷰에서 “당분간 레버리지 펀드의 움직임이 주요 통화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이는 한편 장기 자산운용사들의 달러 하락 베팅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장중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0.3% 하락하며 89.08에 거래됐다. 지난주 90선 아래로 밀린 달러 인덱스는 내림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달러 인덱스는 올들어 3% 이상 하락, 2014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밀린 상황이다. 이날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0.33% 상승했고, 엔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0.3%와 0.4%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