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채권단의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3배 더 큰 것으로 나와 퇴출 위기에 몰렸던 성동조선해양이 회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성동조선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지난 정부와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조선업 혁신성장방안'을 1분기 안에 마련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기존 구조조정 기조와 다른 것은 (성동조선의) 재무적 측면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책은행을 통해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정부 부처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현재 진행중인 산업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컨설팅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성동조선 구조조정 방식은 산업부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며 "산업컨설팅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동조정 구조조정은) 어떤 식으로든 아직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몰고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보단 산업부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산업컨설팅 결과는 늦어도 내달 중순 경 나올 예정이다. 성동조선의 운명도 2월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논설위원·경제부장 토론회'에서 "성동·STX조선해양 문제와 관련해 현재 제도적 관점에서의 결론은 났고 컨설팅 중"이라면서 "2월 초나 늦어도 구정 전에는 (컨설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부 주도로 성동조선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회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성동조선의 회생 분위기는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사를 방문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LNG(액화천연가스)선 시찰을 마치고, 갑판에서 조선소 관계자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정치적 논리로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핵심인데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경우 퍼주기식 지원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면서 "대우조선과 성동조선은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선 국책은행을 통한 국민혈세 투입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에) 투입되는 자금은 결국 국민들 재산이기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무·산업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