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출범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역풍을 맞아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매출 1조원'(국내외) 돌파를 자축한 지 1년여만이다. 이니스프리는 북미시장 진출 등을 통해 위기를 타파해나갈 계획이다.
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6420억원, 영업이익은 1079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45% 감소했다. 두 지표가 역성장한 것은 2010년 이니스프리가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뒤 처음 있는 일이다.
◆ '청정 제주'로 고성장, 중국 의존도 '부메랑'에 북미로 다변화
이니스프리는 그동안 '청정 제주' 컨셉을 내세워 고성장을 거듭했다. 여기에는 중국인들의 애정이 크게 작용했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민감한 중국인들이 자연주의 화장품을 선호한 데다, 이들의 인기 여행지 제주도의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점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2010년 828억원에서 1405억원(2011년), 2294억원(2012년), 3328억원(2013년), 4567억원(2014년), 5921억원(2015년), 7679억원(2016년)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5억원에서 1965억원으로 29배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경배 회장은 2016년 11월 이니스프리 임직원에 "1조원 매출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감사 서한과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니스프리는 그동안 해외 매출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고성장세에는 1년여 만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사드 역풍에 따라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해외매출을 공개할 수 없지만 중국 현지에서도 예년보다 성장세가 좋지는 못했다"며 "그래도 4분기에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중국 의존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이니스프리도 중국 의존도를 낮춰나가기로 했다. 타깃하는 시장은 북미다. 앞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미국 유니온스퀘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회사 관계자는 "출점 계획을 밝히긴 어려우나 올해 북미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색조 중심이던 북미시장이 최근 스킨케어 제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스킨케어)에다 대중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로 북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목표다. 북미는 화장품 1위 시장으로, 안착 시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아모레퍼시픽> |
◆ 서경배 회장 장녀, 지분 지닌 비상장사
이니스프리의 고성장은 자산승계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이니스프리는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27) 씨가 지분을 18.18%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민정 씨는 서 회장으로부터 2006년 아모레퍼시픽그룹(지분 26.5%)과 아모레퍼시픽(8.4%) 우선주를, 2012년에는 이니스프리(18.18%)와 에뛰드(19.5%)의 보통주를 각각 증여받았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가 2016년말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민정씨는 지분 2.71%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하지만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가치가 6조원이 넘으면서, 업계에서는 민정씨가 보유한 이니스프리가 자산승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에서 많이 써왔던 자회사 기업가치 상승→기업공개→자금 마련 수순을 내다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니스프리,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선정한 5대 브랜드에 속해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들 브랜드를 주축으로 2020년까지 매출 12조원, 해외매출 비중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