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과 6월 국회 문턱을 앞두고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액션행보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4대 그룹 회동 이후인 7개월여 만에 현대차, SK 등 10개 기업집단이 개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각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반기별로 파악하겠다는 공정당국의 압박카드에 삼성그룹을 비롯한 나머지 기업집단들의 향배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화그룹의 ‘한화S&C 물적분할’ 건과 관련해서는 바람직한 사익편취 개선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유지배구조 개편안 발표하거나 추진 중인 곳은 현대차, SK, 롯데 등 10개 집단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대그룹 중에서는 현대차, SK, LG, 롯데 등 4개 집단이 구조개편안을 발표·추진하고 있다. 6대 이하 그룹에서는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 집단이 개편안을 발표·추진 중이다.
구조개편 주요내용 <공정거래위원회> |
◆ 10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가시화’
구조개편 중 소유구조 개선 기업은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으로 올해 순환출자 ‘완전해소’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순환출자 고리수는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농협,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현대산업개발 등 96개다.
지주사 전환 기업은 롯데, 효성이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자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전체 소속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의 50% 이상인 지주회사 전환집단은 총 11곳이다.
기존 지주사 전환 집단인 LG, SK, CJ, LS도 지주사 구조를 개선했거나 개선할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LG는 체제 밖 계열사인 LG상사를 지주사 체제내로 편입했다.
SK는 체제 밖 계열사인 SK케미칼을 지주사로 전환했다. LS도 체제 밖 계열사인 가온전선을 지주사 체제내로 편입했다. 또 다른 체제 밖 계열사인 예스코도 지주사로 전환했다.
CJ는 지주사 산하 자회사 2곳에 공동출자한 손자회사 대한통운을 단독 손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림, 태광의 경우는 각각 에이플러스디와 세광패션·메르뱅·에스티임·서한물산·티시스 등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처분할 계획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대림의 켐텍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하게 된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작년 6월 재계와의 간담회 이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 5대그룹과의 2차 간담회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선도적인 노력을 평가하면서 자발적 개선에 더욱 분발해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최근 대기업집단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시작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개선방향은 ‘바람직’…“다른 집단 확산돼야”
현재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SK와 현대차가 개선안을 내놓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각각 전자투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현대차는 글로비스와 현대·기아차, 모비스에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공정위 측은 이날 소유구조와 내부거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10개 기업집단과 관련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개선작업과 다른 집단으로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최근 대기업집단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사례 중 삼성그룹의 방향타는 오리무중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들과의 소통을 통한 ‘포지티브 캠페인’ 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5대그룹 중 삼성만 빠져 있어 사실상 삼성을 향한 압박카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와 관련해 신 국장은 “팩트(사실)만 전달했다”는 답변으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3차 그룹 간담회를 예고했다.
3차 그룹 간담회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끝나는 3월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삼성이 3차 그룹 간담회에 참석하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신봉삼 국장은 이날 “삼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이 따로 공정위와 얘기하거나 들은 것은 없다. 다른 집단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업 스스로 개선작업에 나서는 것이고 시장에 알린 내용을 받아보는 상황”이라며 “일부집단이 발표한 것으로 보면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한층 더 업그레이드가 돼야한다. 다른 집단으로 더욱 확산돼야한다. 6개월 단위로 발표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한화 S&C ‘물적분할’, “개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 보유한 IT서비스업체 한화S&C의 물적분할과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S&C와의 내부거래비중이 67.56% 규모로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받아온 기업이다.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과의 1차 그룹 간담회 이후 한화는 즉각 한화 S&C 지분 매각을 발표한 바 있다. 한화S&C의 정보기술 서비스 사업부문에 대한 일부지분 44.6%를 내놓으면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각과 사익편취 규제 해소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상충해왔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판단 유보’라는 입장이다.
그는 “한화 S&C는 발표시기가 작년 8월이다. 그룹과의 1차 간담회 이후에 나온 건 맞다”며 “그러나 구조개선인지 아니면 사익편취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한 판단이 안 선다. 현재 판단은 유보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봉삼 국장은 “총수일가의 3형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 S&C에 대해 사익편취 우려가 있어왔다”면서 “100% 물적분할 방식 등이 사익편취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냐 바람직한 구조개선인 것이냐는 논란이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개선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현재 판단은 유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