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조세훈 기자] 집권여당이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부동산 중과세제에 대한 조세조항과 위헌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과거 시도됐던 토지공개념 3법과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부과가 시달렸던 위헌논란과 이에 따른 조세저항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는 것. 그리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와 부동산 보유세 강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6일 정치권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당의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개헌안은 과거 위헌 논란을 불렀던 부동산 중과세제에 대한 확고한 원칙 설정을 위해 도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 초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꺼내든 토지공개념 조항에는 토지 투기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와 조정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과거 노태우 정권 때 제도화 된 바 있지만 이후 김대중 정부 시기 핵심 법안들이 줄줄이 위헌 판결을 받고 사실상 폐지됐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안에는 추미애 당 대표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지대개혁을 언급하며 "토지는 토지대로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지대 추구의 덫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개헌 의원총회에서 추미애 대표가 모두발언을 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민주당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려는 것은 개발이익 환수와 토지자본소득에 대한 공평과세 근거가 마련되면 정권이 바뀐 후에도 폐지와 개정이 어려워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토지공개념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가구별 합산과세로 도입됐지만 결국 헌재로부터 위헌판정을 받고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됐다.
지난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정권이 바뀐 뒤 주택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지난해까지 시행이 유보됐다.
이에 따라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면 정권의 성향이나 경기 위축을 이유로 제도 시행을 중단하는 일이 없을 것이란 게 민주당의 포석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선 민주당의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개헌안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원활한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서울 한남동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2014년에 미실현이익에 대한 부담금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남 재건축 일대 초과이익환수제 도입에 반발한 조합과 조합원들이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로펌 인본 김종규 변호사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사유 재산제도나 자유시장적 경제 질서에 대한 위헌의 소지가 크다"며 "초과이익환수제와 관련해 강남일대 조합원 위주로 연락이 오고 있는데 헌법소원은 정해진 기간에 하지 않으면 정부 처분이 내려진 뒤 행정 소송을 하는 방향으로 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토지공개념을 두고 찬반 여론도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시민단체는 민주당이 내세운 토지공개념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라는게 땀흘린 노력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 개발에 대해 정부가 합의해 줄때 개인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공개념을 적용해 개인과 국가가 개발을 공유하는 게 맞고,토지공개념은 매주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위헌 판정을 받았던 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개헌안은 자유민주적 시장경제 질서에 기반을 둔 헌정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토지공개념은 사실상 징벌적 과세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며 "과연 야당이 토지공개념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조세훈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