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2주 사이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 속에 시가총액이 6조달러 증발한 한편 변동성이 세 배 이상 뛰자 투자자들이 손실 헤지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수년간 실종됐던 변동성이 주식뿐 아니라 외환과 원유, 정크본드, 심지어 금과 국채에서도 고개를 들자 주가 고점에서 안주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헤지 비용 추이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에 대한 손실 헤지 비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바닥권에 머물렀던 헤지 비용이 폭등, 주식시장의 상황이 단기간에 급반전 한 상황을 반영했다.
특히 3개월 만기 콜옵션에 대한 풋옵션의 가격이 4년래 최저치에서 가파르게 반등했다. 투자자들의 리스크 헤지 및 하락 베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변동성과 연계된 파생상품 거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CBOE 변동성 지수(VIX) 연계 파생상품 거래는 지난 2일에만 430만건을 기록,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이번주 일간 거래 규모는 250만건으로 파악됐다.
거래 급증은 VIX 옵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VIX의 내재변동성 역시 지난 8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VIX 선물도 지난 8일 130만건에 달하는 손바뀜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투자자들은 특히 단기 리스크 헤지에 집중했고, 이 때문에 내달 만기 도래하는 선물 가격이 3개월물에 비해 미국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증시는 8일 공식 베어마켓에 진입한 데 이어 9일 내림세를 지속했다. 장 후반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1.8% 선에서 하락했고, S&P500 지수도 1.5%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촉발된 이번 급락이 ‘건강한 조정’이라며 동요하지 않던 투자자들도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10% 하락,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낙폭을 기록한 뒤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자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달 들어 시장 상황이 1987년 폭락 당시와 흡사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글루스킨 셰프 앤 어소시어츠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주가 하락은 2008년 당시와 상이하다”며 “주가 급락에도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모습이 1987년 대폭락 당시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장 후반 10년물 수익률은 4bp 가까이 내리며 2.79%에 거래, 전날 2.9%에 근접한 뒤 일보 후퇴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