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선진국 국채 수익률 급등에 이른바 듀레이션 리스크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 투자자들 사이에 장기물 채권 매도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기록적인 저금리 여건 속에 100년 만기 회사채가 발행되는 등 주요 기업과 정부가 초장기 채권 발행에 잰걸음을 했던 시장 상황에 반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회사채 시장의 평균 만기는 10.5년으로 2013년 9.6년에서 상당폭 상승했다.
유로화 표시 채권의 평균 만기 역시 같은 기간 5.06년에서 5.76년으로 늘어났고,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만기도 11.6년에서 12.5년으로 확대됐다.
이번주 국채 수익률의 급등에도 AB인베브와 컴캐스트가 15년 이상 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했고, 영국 자선기금 웰컴 트러스트가 10억5000만달러 규모로 100년 만기 채권을 매각하는 등 기업들의 초장기 자금 조달이 이어졌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판도변화가 발생할 조짐이다. 듀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데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장기물 채권 매도 움직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은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의 변동 폭을 의미한다. 채권 가격이 금리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이 크다. 만기가 길수록 투자 원리금 상환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만큼 리스크 노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했던 듀레이션이 다시 시선을 끌면서 장기물 채권의 매력이 이미 한풀 꺾였다.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90%에 근접한 것이나 이번주 재무부의 국채 발행 수익률이 가파르게 뛴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물 채권 금리가 단기물에 비해 큰 폭으로 뛰고 있어 투자자들이 듀레이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만기가 긴 채권 매도에 나섰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BNP파리바를 포함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단기물 비중을 늘리고 장기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채권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고 밝혔다.
로열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의 라키드 세몽 신용 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듀레이션이 채권시장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했다”며 “사실 오랜 기간 우려했던 문제가 마침내 수면 위로 부상한 셈”이라고 말했다.
유통시장에서 장기물 회사채의 가격 약세 흐름이 뚜렷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57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이 이달 들어 4% 이상 하락했고, 포드의 2027년 만기 회사채 역시 2.4% 내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봇물을 이뤘던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