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조 단위의 매각을 어떻게 이렇게 허술하게 할 수 있습니까?"
금호타이어·대우건설 매각이 잇따라 실패하자 이를 주도한 KDB산업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관련 업계에선 산은의 일방통행식 매각 절차 진행과 경영관리 실패를 지적한다. 산업 구조조정 대표 기관인 산업은행이 아마추어처럼 대응해 실패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상표권' 문제가, 대우건설 딜(Deal)은 '해외사업 부실'이 각각 발목을 잡았다. 특히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더블스타와 최초 계약 당시 불확실성을 포함한 채 선결조건에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의 불씨를 안고 협상에 들어갔고, 우려대로 딜을 깨는 빌미가 됐다는 얘기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고위관계자는 13일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계약할 당시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선결조건으로 넣어 계약 자체가 위태위태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금호타이어 인수 원하는 더블스타 소속 쐉싱그룹의 주요 제품<사진=바이두(百度)> |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중국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은 지난해 9월에 최종 결렬됐다. 1년간 끌어온 밀고당기기가 파국을 맞은 것. 당시 협상 결렬의 표면적인 이유는 가격조정 실패였다. 더블스타는 3분기 실적 악화시 1550억원 이외에 800억원을 추가로 매각가를 인하하거나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요구해 왔다는 게 산은 설명이었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 초기부터 상표권 사용료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산은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상표권 사용 문제로 '핑퐁게임'을 하면서 매각 협상 동력이 현저히 약해졌다는 것.
최종적으로 산은은 법률검토 결과 상표권 사용료는 주식매매계약(SPA)상 수정사항이 아닌 '별개의 약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채권단은 SPA 수정안에 상표권 사용료 포함 여부와는 별개로 매각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상표권 사용료 반영 여부를 놓고 채권단 내 입장이 갈리면서 금호타이어 '최종 매각가격'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를 포함해 채권 연장 등에 대해 그동안 채권단 내에서 협의는 전혀 없었다"면서 산은만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M&A업계 관계자는 "기업 매각 협상시 상표권은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 중 하나"라면서 "산업은행이 이를 불투명하게 처리해 논란의 빌미가 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산은, 부행장 출신 보내놓고 부실 몰랐다?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산업은행은 부실한 행태를 보였다. 매각 실패의 표면적인 이유는 돌발적인 '해외사업장 부실'이다. 특히 산은이 대우건설의 부실을 언제 알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산은은 매각 과정에서는 부실 발생 사실을 몰랐고 대우건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날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매각 성패의 주요 변수인 부실 문제를 산은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관리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산은이 부행장 출신 임원을 대우건설에 내려보내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송문선 현 대우건설 사장은 산은 부행장 출신이다. 산은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지난해 대우건설 부사장으로 가서 사장에 올랐다.
M&A시장에 정통한 고위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실적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하더라도 해외부실이 있을 것이란 짐작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규모 딜이 파기될 수 변수를 대주주로서 몰랐다는 건 경영관리 능력의 한계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사진=이동훈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