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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아진 코스닥, 주주 울리는 '상폐 주의보'

기사등록 : 2018-02-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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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강화 금융당국 방침에 투자자 주의 필요
도덕적 해이로 자진 상폐시 투자자보호 더 어려워

[뉴스핌=김민경 기자] 올해 코스닥 문턱이 낮아지며 어느때보다 벤처기업들의 상장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70여개 기업이 올해 코스닥 상장을 계획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턱을 낮춘 만큼 상장된 기업들에 대한 심사는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이 거래소 입장이지만 기상장된 기업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14일 기준 최근 1년간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7개사, 코스닥 74개사 등 총 81개사로 지난 2016년 71개사 대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상장폐지한 기업은 크게 늘었다. 2016년 한 해 22개사였던 상장폐지사는 최근 1년간 46개사로 109% 증가했다. 코스피 21개사, 코스닥 25개사가 각각 증시에서 퇴출됐다.

◆ 시장 건전성 강화… 상폐가 답일까

거래소는 올해 코스닥시장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실 기업들에 대한 퇴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1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간담회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상장 주관사의 이해 상충과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예수 의무를 확대하는 등 제재기준을 강화할 것"이라며 "부실한 상장기업이 빠르게 적발되고 퇴출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기상장한 기업들의 경우 상장폐지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가 불가피해 퇴출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투자자들에게 마지막 주식 처분 기회를 주기 위해 정리매매기간이 주어진다. 거래일 기준으로 7일간,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로 하루 13회 체결된다. 그러나 가격 제한폭을 두지 않아 손실폭이 클 뿐더러 상폐를 앞둔 회사의 청산 가치가 불확실해 이익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진상폐의 경우 기업의 청산가치와 시장가격을 감안해 공개매수를 진행하지만 이마저도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긴 쉽지 않다.

이와 더불어 내년 3월부터는 개정된 상장규정이 시행된다. 소액주주 지분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분산요건이 강화되는데 이를 활용하면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대주주 지분으로 인정하면서 상장폐지가 가능해진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자진상장폐지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9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자진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이효정 한국거래소 상장제도팀 팀장은 "상장폐지는 기업이 부실화가 원인인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2년 연속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자본금 50% 이상 자본잠식일 경우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부실이 아니라 기업이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 기존주가 등 감안해 할증한 가격으로 공개매수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자진상폐의 경우 기업들이 M&A 등 경영전략 측면에서 주로 시행한다"며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매수를 몇차례 시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응하지 않는 투자자까지 보호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 지킬 것이냐 챙길 것이냐… 기업 도덕성 '도마 위'

거래소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다가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폐지한 보루네오의 소액주주들은 전 최대주주인 전용인 예림입업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업력 29년의 토종 가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을 통해 상장폐지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이유다.

보루네오 소액주주비상대책위원회 대표 A씨는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혐의를 현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숨겨줬다"며 "작년에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상폐로 인한 주주들의 손실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자진상장폐지를 시도한 도레이케미칼도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도레이케미칼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에 불참하고 경영참여 방침을 정하는 등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도레이케미칼은 지난해 증시 폐장일 다음날인 29일 올빼미공시를 통해 기습적으로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한다고 알렸다.

주식교환 내역에 따르면 도레이케미칼 소액주주는 보유 지분을 최대주주인 도레이첨단소재에 넘길 수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자사 주식 대신 주당 현금 2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도레이케미칼의 주가는 지난 10월 2만4600원까지 상승했다가 1만원 후반대로 뚝 떨어졌다. 도레이케미칼 소액주주 B씨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1만9360원밖에 주지 않아 원만한 가격 결정 협상이 필요하다"며 "작년 수익과 시장가격을 감안해 청산가치를 따져야 하는데 자진상폐해 정리매매기간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거래소는 현재 투자주의환기종목 사유를 마련해 기상장사에 재무나 귀책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필수공시에 대한 부분만 반영돼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상 한국거래소 공시부 부장은 "열거돼 있는 공시사항에 대해선 촘촘하게 반영해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등 필요한 시장조치를 취한다"며 "다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 지배구조에 대한 동태적 심사권한은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경 기자 (cherishming1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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