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1월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뛴 데 따라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출렁였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4년래 최고치를 갈아 치웠고, 달러화도 상승 탄력을 받았다. 투자자들 사이에 10년물이 내달 3% 선을 시험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가파른 내림세로 출발한 뉴욕증시가 장중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각)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7bp 급등하며 2.9% 선을 뚫고 올랐다. 이후 상승폭을 일정 부분 반납했지만 수익률은 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5년물 수익률도 장중 2.632%까지 오르며 201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수익률이 6bp 가까이 치솟으며 2.614%까지 올랐고, 30년물도 2bp 오르며 3.152%에 거래됐다.
국채 수익률은 1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라 장 초반부터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0.3%를 웃도는 수치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 물가 역시 같은 기간 0.3% 상승해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2%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연율 기준 물가 상승폭은 2.1%로 예상치인 1.9%를 웃돌았고, 핵심 물가 역시 1.8% 상승해 투자자들이 전망했던 1.7%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시간당 평균 임금이 2.9% 뛰면서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번진 가운데 이번 물가 지표는 또 한 차례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했다.
1월 소매판매 지표가 부진했지만 투자자들은 3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확실시하는 한편 올해 긴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찰스 슈왑의 케티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내달 3.0% 선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컴백’했다”고 판단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전략가도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신호가 추가로 등장하면 10년물 수익률이 가까운 시일 안에 3.0%를 뚫고 오를 것”이라며 “3월 연준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만기까지 고정 이자를 제공하는 채권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등 자산 가격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무엇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QE)로 자산시장의 장기 강세 흐름을 주도한 중앙은행의 긴축을 부채질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월 물가 지표 발표 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집계하는 투자자들의 3월 금리인상 전망이 85%에서 90%로 치솟았다.
이날 블룸버그는 월가 트레이더들이 2019년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에 베팅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달러화는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통하는 금값은 강하게 뛰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0.6%와 0.7% 떨어졌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도 0.5% 내렸다.
반면 금 선물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장 후반 20.30포인트(1.5%) 급등하며 온스당 1350.50달러에 거래됐다.
국채 수익률 상승에도 뉴욕증시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나스닥 지수가 1.4% 가량 급등했고, 다우존스와 S&P500 지수도 각각 0.5%와 0.9% 선에서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