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연초부터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길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안보를 핑계로 '무역확장법232조'를 발동, 한국 등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 제한에 나섰기 때문이다. 무역확장법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철강 등 주요 제품 수입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당장 미국에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세아제강과 넥스틸, 휴스틸 등 중소 철강업체의 직접적인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빅3'업체는 미국 매출 비중이 5% 미만이어서 직접적인 매출 영향보다는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철강수입에서 한국산 철강재는 365만톤(비중 11.2%)으로 캐나다 580만톤(17.7%), 브라질 468만(14.3%)톤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1위인 캐나다는 물론 일본과 독일 등 주요 동맹국은 제외하고 한국만 제재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미국이 국가 안보보다는 한·미 FTA재협상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로 작업 모습 <사진=뉴스핌DB> |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14년 17.7%로 고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줄어 지난해 11.2% 정도였다. 금액으로는 지난 2014년 52억 달러(5.5조원)였다가 지난해 32억달러(3.4조원) 정도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강판과 강관, 열연 등 주요 제품에 관세가 적용되자 수출량이 줄었다.
다만 최근 2~3년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내 셰일가스 붐으로 한국산 유정용 강관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정용강관과 송유관의 대미 수출량은 각각 92만9000톤, 53만6000톤으로 전년보다 119.8%, 52.3% 늘었다.
이에 따라 대미 의존도가 높은 세아제강과 넥스틸, 휴스틸 등 강관업체들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매출이 2.2조원 규모인데, 이중 미국 매출 비중이 약 25% 수준(추정치) 이다. 세아제강은 미국 현지 생산법인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 미국에서 2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던 넥스틸은 아예 국내 생산라인중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초고관세가 확정돼 수출이 힘들어지면 미국 현지 생산법인(SSUSA) 등을 최대한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빅3'업체의 미국 수출 비중은 3~4%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대형업체들은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데 따른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향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현지 수요를 미국 US스틸과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세운 UPI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이나 EU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것"이라며 "향후 동남아나 중국 등 미국 이외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간 경쟁 심화에 따른 2차 피해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철강 무역규제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대응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