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100여명에 달하는 증인 신문을 마무리짓고 결심공판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1일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제115차 공판기일을 열고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확정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증인신문 일정이 마무리된 것이다.
왼쪽부터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핌DB] |
◆'공범' 최순실, 끝내 박근혜 재판 안나와‥재벌총수도 줄줄이 불출석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이 사건 관련자 10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의 장본인이자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씨는 세 차례에 걸친 증인 출석 요구에도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재판부는 최씨에게 지난 20일 박 전 대통령의 114차 공판기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최씨 측은 자신의 재판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출석 예정일 전날 "더이상 물어볼 게 있겠냐"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미 최씨의 1심 선고가 13일 이뤄진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올 이유가 없다는 의미였다.
또 증인으로 소환된 재벌총수들 대부분도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은 저마다 해외 출장이나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냈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이 진술조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법정 증언을 대신하면서 결국 법정에 서지 않았다.
◆'모르쇠' 일관한 이재용 등 사건 관계자들
검찰의 신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증언을 거부한 증인들도 있었다. 증언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1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산정에선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하지만 변호인들의 조언에 따라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은 이 부회장보다 앞선 6월 26일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침묵이 이미 예상된 이유다.
이 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 윤전추·이영선 전 행정관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증인들은 자신의 재판이 진행중이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손경식 CJ 회장 "조원동으로부터 이미경 퇴진 압박"
그런가하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주요 증언들도 터져 나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 1월 8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조원동 당시 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해 9월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편향적인 영화에 지원하면 안 된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정황이 읽히는 대목이다.
또 유진룡 전 장관과 노태강 차관 등도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들을 법정에서 쏟아낸 바 있다.
이밖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박 전 대통령 발언에 '정신나간 주장'이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법정서 언성을 높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