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의 선(先) 북미회담 제안 내용이 알려진 후 북미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전 미·북 대화를 먼저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문재인 정부는 더욱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미·북 간 살얼음판 구도 심화…文 정부에 '악재'
북한은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연일 대미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환영 리셉션장에 5분만 등장하고 돌아간 것과 개회식에서 북측 대표를 철저히 외면한 것을 두고 힐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10일 펜스 미 부통령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북측이 회담 2시간 전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미 언론의 보도와 관련,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한 비난전을 거두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2일 '올림픽정신마저 훼손시킨 미국의 흉악한 실체'라는 글을 통해서도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한 기존 비난 내용을 반복했다.
북측은 펜스 미 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미·북 간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현 상황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조건 중 하나로 '선(先)북미대화'를 꼽고 있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악재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은 물론이고 향후 미·북 대화를 위한 어떠한 분위기도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진=뉴시스> |
◆ 北 고위급 대표단 평창 폐회식 참석…청와대 "북·미 접촉 없다"
북한은 이날일 우리 측에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오는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알려왔다. 정부는 북측의 요청을 수용할 예정이다.
김영철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방남은 자연스레 미·북 간 만남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는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의 만남을 두고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미 양측이 접촉할 가능성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다"면서 동선이 겹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회동할 가능성이 낮고 설혹 만난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만약 미·북 간 만난다고 한들 소용이 없다"면서 “미·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떤 전향적인 모습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접어들 텐데 그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펜스 부통령도 북측 대표단을 안 만났는데 이방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