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승인하면서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와의 대북공조 균열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한국은 김영철의 천안함 폭침 사건 관련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 김영철을 대북제재 명단에 올린 국가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8월 21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이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모아 놓고 브리핑을 하기 위해 앉아 있다.<사진=AP/뉴시스> |
◆ 외교부 "김영철 방남, 독자 대북제재는 해당 국가 방문시에만 적용"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28개국), 호주 등 30개국의 대북제재는 김영철이 해당 국가에 갔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대북제재 공조 체제를 감안해 '양해 외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회원 국가들을 향해 의무로 부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외 조치가 필요한 것이지만, 김영철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영철 방남이 오는 25일로 예정돼있는데, '양해 외교'를 진행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김영철 방남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를 언급하며 '긴밀한 협의'를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할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 데리고 북한 갈마국제공항을 도착한 차호남 아시아나 기장이 운항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차 기장은 항공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 '감격스러워 눈물이 난다. 앞으로도 계속 올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 '평창' 특수성 감안해도, 계속되는 제재 '예외'로 국제공조 훼손 우려 커져
일각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이 대북제재 예외 조치의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전세기 이용을 위한 미국 독자제재 예외 요청, 북한 예술단 만경봉 92호 '5.24 조치' 면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 유엔 안보리 제재면제 요청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대북제재) 구멍이 뚫린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해서 예외를 계속 허용해 왔기 때문에 뚫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이 같은 절차가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제사회 대북공조에 틈새만 벌려놓은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사진=AP/뉴시스> |
◆ "국제공조 훼손 우려 있지만‥北 대남정책 실세 말 들어봐야"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 훼손 우려가 있지만,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메시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대북제재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영철의 방남을 승인했다는 건, 북측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고 동시에 북측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보다는 남북간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이어 "물론 김영철의 방남이 전반적인 대북제재 프레임을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이번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비판을 무릅쓰고 북측의 메시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이번 김영철 방남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북한과의 대화 추진에 힘이 실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