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는 워렌 버핏이 미국 단기물 국채에 뭉칫돈을 베팅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한 채 인수 기업을 물색하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국채를 대량 매입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워런 버핏 <출처=AP> |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1년 이하 미국 단기물 국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보유 규모는 1090억달러로, 1년 전 860억달러에서 대폭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버핏이 천문학적인 현금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했고, 버크셔 측은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수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날 WSJ에 따르면 버핏은 109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자산의 거의 전부를 단기물 국채 매입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버크셔가 보유한 단기물 국채는 중국과 영국 등 주요 채권국과 23개 프라이머리 딜러가 보유한 물량을 앞질렀다.
버핏은 WSJ과 인터뷰에서 “월가 채권 딜러들이 특정 만기의 국채 보유량이 부족할 때 거래를 제안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단기물 국채 공급 부족이 채권 딜러와 투자은행(IB) 업계의 커다란 불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버크셔의 메가톤급 M&A를 기다리고 있던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채권 매입 소식이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버크셔는 지난 2015년 항공우주 제조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트를 32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 소재 송전 업체 온코를 90억달러에 현금 인수하려는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버핏이 장기간에 걸쳐 현금 자산을 배당 지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버크셔의 현금 자산 운용은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사였다.
이날 국채 매입 소식에 대해 메릴린대 대학의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WSJ과 인터뷰에서 “버핏이 보유한 현금이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별 배당 지급이 현금 자산을 이용해 주주환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