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정한 기자] 근로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여야3당 간사는 공통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어려운 법안을 해결했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각종 정치 이슈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각 상임위원회가 파행하는 등 국회가 공전하는 모습을 보였던터라 환노위의 성과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이 고용노동소위원회를 거쳐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데 제1야당 간사이자 소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의 협조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반대를 위한 반대' 모습에 익숙했던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칭찬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임 의원과의 일문일답.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9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국회 입성 전 지망 상임위 1, 2 순위에 환노위를 적었는데, 성과를 낸 것 같다.
-노동자들에게 약간 빚진 기분이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그런 부분도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그동안 좀..(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업재해보장 관련해서 출퇴근 근로자들에게도 산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 당시 제가 소위원장은 아니었지만 소위 위원장이 저한테 이임하고 가는 바람에 제가 통과시켰던 것도 있다.
또 버스노동자들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자고 제가 먼저 당에 건의했다. 정책위의장하고 논의해서 관련 집회에서 (특례업종 제외)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해오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다른 당에서 무리하게 요구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설득시키고 그런 과정 속에서 또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협조·중재 역할을 또 해주셔서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절박함이 있었다. 이번에 (통과) 못 하면 4월 달에는 바로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서고 하반기에 다시 상임위원회가 구성 되는데, 그러면 환노위 여야 구성원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고, 또 새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들어선지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나. 그러면 또 20대 국회에서 못 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드니 굉장히 절박하고 절실했다.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의 성과치곤 놀랍다. 한국노총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이번 협상 도움이 됐나.
-그렇죠. 비례의원이 대부분 국회에만 일찍 오지 않은 것 뿐이지, 다 각계각층에서는 굉장히 전문가들 아니겠어요? 국회 정치는 처음이지만 자기 분야에 대해선 굉장히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서 누구든지 자기 일이 주어지면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할 수 있죠. 또 제가 (이번에) 열정이 있었죠"
임 의원은 26년 넘게 여성 노동 전문가로 활동했고 한국노총 부위원장,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사조대림 노동위원장을 9번 지냈다.
▲초선이라서 과감하게 행동한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도 있었죠. 있었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노동자 출신(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아닙니까? 그러다보니까 원내대표도 (당선 시) 처음 내걸었던 게 노동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역할이 있겠다'고 생각 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노동자인데,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겠어요.
▲한국당은 보수와 경영계 쪽에 치우쳐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여당과 새벽까지 합의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편견이었나.
-편견이죠. 한국당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정권을 잃었던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대표가 대표를 맡으면서 '신(新)보수 가치'를 내걸었잖아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들도 다 포함되는 부분이 있지요. 홍 대표가 '귀족노조·강성노조'라고 말하는 부분은 현대자동차나 대우GM 사태들을 언급하는 거고, 노동조합이 없는 취약계층의 노동자들이 많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선 따뜻한 배려 정책을 펴야된다는 게 우리 당의 기조죠.
그러다 보니, 노동계를 대변하는 분들이 대부분 양대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우리 당이 마치 노동자 정책에 대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그건 아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근로시간단축 법안통과관련 환노위원장과 3당간사 기자간담회에서 홍영표 위원장과 3당 간사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환노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사진=뉴시스> |
그리고 최저임금 관련해서도 오해가 있는데 우리도 똑같이 (최저임금 주휴수당 감안) 9000원을 내걸었지만, 방법이 더불어민주당하고는 달랐다. 최저임금 자체는 개인의 임금 구조구요. 우리 당은 4인 가족 등 가구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EITC(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해서 세금으로 환급, 지원해주자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했던 것이다.
1년 뒤에 소득을 다 합산하고 계산한 뒤 요건이 충족됐을 때 돈으로 지원해주는 거라 차이는 있다. 그런데 마치 우리가 최저임금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건 아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정당이 아닌가. 시장에서 이뤄지는 수요와 공급에서 이뤄지는 시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그런 정책을 펼치려고 하니 민주당하고 차이가 있었다. 우리 당이 노동자들에게는 마치 기업을 위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환노위 통과 과정에서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새벽까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논의를 했다고 들었다. 소통에 도움이 됐나.
-김 원내대표도 흙수저 출신 아니냐. 그러다 보니 빨간날 일반 취약계층 노동자들도 공무원과 같이 똑같이 휴식권을 보장해줘야 된다는 말씀도 원내대표 연설 때 한 바 있다. 원내대표가 협상에 간섭을 하는 건 아니지만, 협상을 하면서 '이 정도면 우리당의 정체성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가(餘暇)는 계층화되어 있고, 휴식(休息)은 양극화되어 있다"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근본목적은 무엇보다 휴일을 휴일답게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환노위에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나.
-최저임금 가지고 노동계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제가 여당 간사하고 '쟁점 없는 부분들은 다 정리를 하자'고 이야기했다. 제가 하반기에도 환노위에 남겠지만, 간사와 노동소위원장을 계속 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있을 때 해소 가능한 법안들은 좀 해소하자고 약속을 했다.
또 지금 기관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있는데, '찾아가는 업무 보고'를 받자고도 했다. 국정감사 때 몰아서 업무보고를 받으니 놓치는 부분도 많다. 우리는 평상시에도 업무보고를 받자는 이야기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어 다음주에 여당 간사를 만나면 일정 논의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당이 결코 노동자들에게 소홀한 정당이 아닙니다. (그런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