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언에 알루미늄 현물의 프리미엄이 3년래 최고치로 뛴 한편 산업재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뭉칫돈이 이탈, 금융시장에 파란이 일었다.
지난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런던선물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해당 원자재 현물을 물류 시설에서 빼 내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알루미늄 <출처=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알루미늄 현물을 인도하는 데 요구되는 프리미엄이 3년래 최고치까지 뛰었다.
알루미늄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선물 계약의 가격이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 발표 이후 무려 17% 폭등했다.
프리미엄은 연초 이후 60% 이상 뛰었고, 지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에 거래되고 있다. 알루미늄 수요자들이 향후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비해 헤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프리미엄이 고점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루미늄은 음료수 캔과 초콜릿 포장지부터 자동차까지 수요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움직임에 따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르면 이번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뒤 공식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업계의 트레이더와 관련 업계는 이미 초비상 사태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은 알루미늄 순수입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알루미늄 수입 규모는 45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 아닌 캐나다로, 연간 250만톤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연결 지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레이더들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현물을 세관에 통과시키는 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NG의 올리버 뉴젠트 애널리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트레이더들은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기 전에 물류 시설에 저장된 알루미늄 현물을 세관에 통과시켜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원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관세 부과로 인해 무역전쟁이 가시화될 경우 상품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이후 산업재 섹터에 공격적인 ‘팔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테이트 스테이트의 122억달러 규모 ETF에서 지난 2일 하루에만 5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는 일간 기준으로 2014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해당 ETF는 보잉과 캐터필러 등 철강과 알루미늄 수요가 크고, 관세 발동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한다.
리서치 업체 CFRA의 토드 로젠블루스 ETF 리서치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관세가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