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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열쇠 쥔 트럼프, '북한 길들이기' 통해 글로벌 리더십 세우나

기사등록 : 2018-03-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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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문가들 "美, 동아시아 헤게모니 놓지 않을 것"
정의용·서훈 8일 방미...北 '비핵화' 입장 전달할 듯
"트럼프, 北 '핵폐기' 선언뒤 전 세계에 'V'자 그릴 것"

[뉴스핌=노민호 기자] '비핵화'는 북미대화의 의제로 다뤄질 수 없다고 버티던 북한이 한발짝 물러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특별사절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 협의·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평화무드의 공’이 이제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트럼프의 속내는 뭘까? '북한 길들이기' vs 탄핵위기 돌파용 '북핵 이슈' 띄우기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북한에서 내놓은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다. 그 모든 게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과의 대화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헛된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어떤 방향이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적절한 조건이 마련돼야 북미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대화의 최종 목표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헤게모니(주도권)'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탄핵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의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기질을 감안할 때,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북한 리스크를 그냥 안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리더십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특사단 8일 방미…美에 전달할 추가 입장에 '관심'

미국이 북미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비핵화'에 대한 접근방법도 난제다.

미국은 북한이 '핵동결'이 아닌 '핵폐기'를 선언하고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에 '핵폐기'에 대한 언급이 실려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지만, 청와대에선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8일 미국을 방문한다. 정 실장 일행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국장 등과 연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특사단이 북한의 추가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이 동의한다면, 조기에 북미대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수석 특사가 이끄는 대북 특사단이 지난 5일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사진=청와대>

◆ 北 '비핵화' 선언, 북미대화 통해 체제 보장 약속 받을까  

문 대통령은 그간 북미대화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4월말 열리기로 결정되면서 이제 북미대화가 언제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확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의 ‘변수’로 여겨졌던 한미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밝히며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도’가 낮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이후 북미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전문가는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탐색적인 대화 준비는 미국 측에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비공개적으로 하는 ‘뉴욕채널’이 아닌 공식적으로 만나는 형식으로 북미 간 접촉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AP/뉴시스>

외교 전문가 "트럼프, 北 '핵폐기' 이끌어내면 전 세계에 'V'자 그릴 것"

한편 미국이 북미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화는 열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있어서 상한선(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선)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시험 발사를 하지 않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핵문제가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모라토리엄(핵폐기)'을 원한 것에 대해 이번에 대북특사단이 약속을 받아왔다. 미국은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김정은에 못지 않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술 더 뜰수도 있다. 외교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곧바로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압박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정권이 북한이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고 있다. 여론을 미국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릴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북미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의 완전 폐기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까지 꺼내들 수도 있다. 트럼프는 북한이 무릎끓기를 원하고 핵폐기를 이끌어내어 전 세계에 'V'자를 그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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