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뼈대로 하는 '문재인케어'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의견차가 평행선을 달린다.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의정실무협의체를 통해 9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쟁점이 된 예비급여 청구 고시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이미 합의된 내용이라고 주장하나, 의협은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맞서며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비급여는 의학적 비급여 중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항목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30~90%로 차등 적용해 건강보험에 편입·관리하는 것이다. 예비급여 추진대상은 약 3800개로 정부는 2022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에 횟수제한을 뒀던 400개 항목 중 36개를 우선 예비급여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의협은 고시 철회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의협·학회와 협의해 36개 항목만 본인부담 90%로 예비 급여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면서 "2차 의정협의에서도 이미 논의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료계는 처음부터 본인부담 50% 이상 예비급여는 대국민 기만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해왔다"면서 "본인부담을 90%로 하는 것은 보장성 강화가 아니며, 정부가 가격과 횟수 등 의료행위와 선택권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보건복지부> |
또 하나의 쟁점은 신포괄수가제 확대 도입이다. 포괄수가제는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특정질환에 대해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를 모두 묶어서 정부가 미리 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을 뜻한다. 신포괄수가제는 포괄수가제에 재원 일수에 따라 일당수가를 가감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케어를 통해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에만 도입한 신포괄수가제를 민간 병원까지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신포괄수가제 도입 병원을 올해 80개, 2019년 100개, 2022년 200개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비급여진료비 및 환자부담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정의당 윤소하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일산병원 신포괄수가 모형개선 이후 총 진료비는 770억원에서 90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비급여 비율은 15.0%에서 10.2%로 4.8%p 감소했다.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병원이 원가 이하의 수가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추가하는 관행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의협 관계자는 "신포괄수가제는 35%의 정책가산이라는 지원금을 제시하는데 이는 임시방편적인 유인책일 뿐"이라면서 "신포괄수가제 도입보다 행위별 수가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의정협의회는 이달 말 개최된다. 의협 비대위 협상단은 지난 7일 총사퇴했기 때문에 정부는 새로 구성된 의협 협상단과 협의하게 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3월말로 예정된 10차 협의회에서도 지금까지 정리된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비대위와 병원협회의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차기 의정협상은 3월 말로 결정된 만큼 비대위는 새로 선출된 의협 신임회장과 비대위가 상의해 심기일전한 새로운 협상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총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