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하고 5월 안에 만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섣부르다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의 초청 진의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행정부 내 북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가들이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징후는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그린은 "북한이 이러한 제스처를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합법성을 확보하고 제재를 완화하려 한다고 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으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향후 핵미사일 실험을 그만두고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김 위원장과 면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그린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는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면담이 결국 제재 축소로 끝날 위험과 환상에 불과한 약속을 대가로 군사 훈련을 축소할 위험 등 트럼프에게 여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직접 대화는 국제 사회에서 김 위원장의 '격'을 높이고 북한 정권을 '합법화'한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스 메데이로스는 이같이 말하면서 "김정은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속였고 이제는 트럼프를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은 국제 제재 탈피를 위한 '화해'의 제스쳐가 아닌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핵 비확산 프로그램 이사는 북한에 있어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은 20여 년 동안 최고의 외교 정책 목표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이 북한의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트럼프를 초청한 게 아니다"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자했다는 걸 트럼프에게 보여줌으로써 트럼프가 자신을 동등한 인물로 대우하도록 하기 위한 초대다"라고 해석했다.
현재 미국 행정부 내에 북한과 직접 대면을 경험한 인물이 부족하다는 점도 두 달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행정부 동안 북한에 실질적인 외교적 관여 부족으로, 얼굴을 맞대어 북한 문제를 다뤄본 사람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국무부 내 외교관과 전문가 비중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아시아 학자인 더글라스 팔은 "국무부는 한국어에 능한 사람과 이전 협상가들을 잃은 상태"라며 "북한은 30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보낼 것이다.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은 북한과 직접 접촉하기로 한 대통령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최상의 준비 상태를 보장키 위해 국무부의 자금 문제와 주요 자리의 공석 문제를 해결하라고 백악관에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