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5월까지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사회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김 위원장이 비핵화 카드를 들고나와 미국 정부가 준비가 덜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 같은 우려 뒤에 깔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 방식 역시 전문가들을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9일(현지시간) NBC 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안드레아 미첼은 뉴스 분석을 통해 전문가들이 냉전 이후 가장 어려운 핵 협상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 미첼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오랫동안 김 위원장을 과소평가해왔다며 지난주에서야 미 정보기관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의 죽음의 배후가 북한 정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비핵화 논의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했지만 이처럼 상황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지 못한 점 역시 미국 정부가 준비가 덜 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당장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가능성 언급하자 미 국무부는 “많은 사람이 이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혀 북한의 반응이 예상 밖임을 시사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을 만나기 전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미 직접 대화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발언한 점 역시 미국 정부가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즉석에서 김 위원장의 초청에 응하기로 한 점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미첼은 이번 결정이 한국의 특사단에 의해 발표됐으며 정보 분석 과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 역시 백악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이뤄진 점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의 즉흥적인 태도가 협상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북한 전문가인 밴 잭슨 전 미 국방장관 정책 자문은 재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트럼프를 포함한 대화는 매우 안 좋은 생각”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하며 여기에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협상을 조심스럽게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는 트위터에서 “북한과 대화할 이유는 있지만, 가치 있고 이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그렇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우리 스스로를 커다란 외교적 실패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