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아베 1강'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서류를 조작했다고 인정하면서, 야당의 비판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구심력이 낮아진다면 오는 9월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 성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스트 아베'를 꿈꾸는 경쟁자들도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의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모리토모 문제에 관해 아베 정부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사진=NHK> |
◆ 야당 "내각 총사퇴도 염두에"…총리 관저 앞 시위도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입헌민주당과 희망의당, 민진당 등 야당 6개 정당이 회합을 열고 재무성 담당자를 불러 설명을 요구했다.
재무성 담당자는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 당시 이재국장의 국회답변이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회 제출한 문서를) 고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참석 의원들은 "고친 게 아니라 은폐라고 말해야하지 않냐"며 강한 비판을 했다.
야당은 아베 정부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국회 보고자료 조작이 1년 간 이어져왔다는 건 아베 정부의 문제를 넘어, 일본 의회제 민주주의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진당의 마시코 데루히코(増子輝彦) 간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따라선 내각 총사퇴까지 요구할 각오를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국회대책위원장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恵) 여사와 지난 9일에 사임한 사가와 전 국세청장관의 증신 심문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의 6개 정당은 13일 열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 중앙공청회에도 출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베 총리 측은 문서 조작 문제의 영향이 정권 전체의 문제로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재무성 조사를 빠르게 진행해 갈 것"이라며 "어째서 이런 사태에 이르렀는지 명확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밤 총리 관저 앞엔 시민단체 '모리토모·가케 고발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초 10여명이었으나 오후 7시 들어선 관저에 이르는 보도 수백미터에 걸처 플랜카드나 메가폰을 든 참가자들이 모였다.
시위에 참가한 사토 히로미(佐藤ひろみ·71)씨는 "정부는 관료에 책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관료가 멋대로 조작을 할 리가 없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트린 조작의 원인을 모두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해 재무성이 문서 조작을 사죄하고 있다 <사진=NHK> |
◆ 아베 총리 자민당 내 1强입지 흔들
아베 총리가 구축해 온 1강 체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1강이 이어져 온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내각 지지율이 내려간다면 당 총재 선거에서 입장을 분명하게 하지 않던 파벌이나 의원들이 총재의 대항마에게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은 이미 이상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NHK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44%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38%로 지난달에 비해 4% 상승했다.
'포스트 아베'를 바라보는 각 파벌 간 탐색전도 활발하다. 전날 아소 파벌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의 파벌인 기사다 파벌 간부가 도내에서 저녁 회합을 가졌다.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유력한 라이벌로 여겨지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모리토모 문제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당 내에서 아베 총리 지지를 선언한 세력들을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12일 기사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총재 3선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니카이 간사장은 문서 조작 사태에 대해선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며, '에러'라고 하기엔 설명이 충분치 않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립 여당을 형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대표도 국회 내 기자단에 "행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며 "입법부를 경시한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아베 총리 측은 야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맞고 있는 아소 부총리를 방어하는데 나서고 있다. 아베 총리의 동맹이자 오른팔인 아소 부총리가 사임한다면 아베 정권의 골격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소 부총리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재국 일부 직원에 따른 조작"이라며 "저 자신의 퇴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사임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모리토모 학원 문서 조작 사태로 내각 지지율이 크게 흔들린다면 아베 총리의 3선 시나리오는 실현되기 어렵다. 아배 총리와 거리를 두는 한 배테랑 의원은 "모리토모 문제는 아베 부부가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의 접근을 허용했던 게 발단"이라며 "총재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사와 이치로(逢沢一郎) 전 국회대책위원장도 12일 SNS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