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전민준 기자] 미국정부 요구대로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자동차 분야를 양보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간 자동차 관련 무역적자를 강조해 왔던 만큼,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철강 관세 유예 대가로 ▲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 부활 ▲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 3년 연장 ▲ 한국 안전기준 미 충족 차량에 대한 2만5000대 수입 쿼터 확대 ▲ 원산지 기준 개정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부활이 이뤄질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수출이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이 하락, 결국 자동차 산업 관련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한미FTA에서 한국산 승용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 2016년 완전 폐지했다. 만일 관세가 부활하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은 줄어들게 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미 FTA 재협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의 향후 5년 간 수출손실이 약 101억 달러(11조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손석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수석위원은 "미국이 철강 관세폭탄을 자동차로 돌릴 수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 중 60% 정도가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관세가 높아지면, 구매가 위축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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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46억5100만 달러, 자동차 대수로 치면 약 96만 대를 수출했다. 이 중 현대-기아자동차가 67만2000대(70%)였다. 반면, 포드와 지프 등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16억8500만 달러로, 대수로는 6만1000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감소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실뿌리처럼 연결돼 연관 산업 측면에서 그 규모가 매우 크다”며 “정부가 자칫 철강과 자동차 맞교환에 매몰돼 손쉽게 주고받기를 했다가는 나중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수입이 당장 국산 완성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내에 미국산 자동차가 들어와도 한국 자동차 시장보다는 독일이나 일본 등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자동차의 인기가 저조한 이유는 낮은 연비, 그리고 국내 도로사정에 맞지 않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픽업트럭 관세 연장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정부가 주력시장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2년 한미FTA에서 오는 2019년부터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춰, 2022년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늘려 사실상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진출을 막겠다는 것.
이에 대해 손 수석위원은 "픽업트럭 수출이 없어 피해는 거의 없다"며 "현대기아차나 쌍용차 등은 현지 공장 설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