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이번주부터 시작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주주총회에선 '고스펙'을 가진 사외이사가 대거 영입돼 눈길을 끈다.
이는 건설사들의 투명경영 강화는 물론 경영체제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적 구성요건에 따라 '사람 숫자'만 채웠던 사외 이사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각각 서울 종로와 용산 CGV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대거 보강했다.
우선 오는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현대산업개발은 새 사외이사로 신제윤, 이방주 2명을 추가 영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동시에 새로운 경영체제 재편을 위해서다.
우선 금융 각료 출신인 신제윤 사외이사가 눈에 띤다. 신 이사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신 이사는 오는 5월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방주 사외이사는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한국주택협회장을 역임한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이 이사는 지난 2000년대 초반 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론칭하고 삼성, 현대, 대우, 대림 등과 함께 국내 아파트 시장에 브랜드 마케팅 대결을 벌인 주역으로 꼽힌다.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이 자리에서 "개발·건설·운영의 사업 유형별 전문성을 높이고 건축·인프라 융·복합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방식을 비롯한 기업 운영 방식도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도 이날 서울 종로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한재훈 LG산전 대표이사를 신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외이사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차장 검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효성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주총장에서 "안전과 정도경영에 매진하겠다"며 "기술서비스 확대와 국내외 투자개발형 사업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사외이사진을 보강했다. 삼성물산은 전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총을 열고 필립 코쉐(Philippe Cochet)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코쉐 이사는 외국인 최초 사외 이사다. 이와 함께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대림산업도 같은 날 주총을 열고 그동안 고문으로 있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역할 비중을 확대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고스펙의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해 이사회 비중을 늘린 것은 투명경영 강화와 경영체제 개편 작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이들 사외이사의 역할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문제와 투명경영 강화가 건설사의 관심분야가 맞다"며 "사외이사 강화로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