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지난해 평균치에 비해 두 배 뛰었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세 자릿수의 급등락을 연일 반복하고 있지만 변동성에 베팅하는 펀드가 이름 값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의 갑작스러운 폭락과 변동성 상승에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된 이른바 ‘테일-리스크(tail-risk)’ 펀드가 올들어 손실을 낸 것.
월가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널뛰기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에 베팅이나 헤지가 설정되지 않은 펀드는 물론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품 역시 시장을 이기지 못한 셈이다.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테일 리스크’ 펀드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CBOE 유레카헤지 지수가 지난 2월 0.3% 손실을 냈다.
VIX가 사상 최대 폭으로 치솟으며 해당 상품들이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됐지만 실상 성적은 낙제점이었다.
지난해 10을 간신히 웃돌며 기록적인 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VIX는 20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무역전쟁과 정책자들의 IT 맹공에 따른 결과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분기 뉴욕증시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 지난해 사상 최고치 랠리와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으로 수익률을 창출한다는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앞으로도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런던 소재 36 사우스 캐피탈 어드바이저스가 설계한 대표 상품은 주가 급등락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올들어 2.6%의 손실을 기록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연출한 지난 2월 수익률은 0.5%에 불과했다.
흡사한 구조의 파리 소재 아문디의 11억달러 규모 앱솔루트 변동성 유로 주식 펀드 역시 지난 3월 1.7%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4.4%에 달한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관련 펀드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풋옵션을 매입하는 전략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하지만 주가 급락과 급등의 정확한 시점을 포착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고, 이 때문에 소위 ‘블랙스완’ 펀드로 분류되는 상품조차 극단적인 증시 상황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롱테일 알파의 비니어 반살리 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테일 리스크 펀드로 고수익률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적절치 않다”며 “헤지 차원에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