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과 무역 마찰로 인한) 투자자들의 고통이 없지 않을 것이다.”
6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1000억달러의 추가 관세 발표에 급락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A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내놓은 경고다.
전날 발표된 1000억달러 규모의 대중 추가 관세 계획에 대화를 통한 해법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또 한 차례 공포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다우존스 지수가 장 후반 3% 가까이 급락했고, 나스닥과 S&P500 지수 역시 2% 이상 밀리며 뉴욕증시는 4일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월가의 구루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도박’이 허울뿐인 으름장이라는 주장과 G2(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경제를 실제로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경고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단순한 협박을 위해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부처들을 대거 동원한 한편 주요 기업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의 얘기다.
예외 국가가 없지 않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가 실제 발표된 것처럼 일정 부분 ‘손질’이 가해지더라도 연이은 관세 결정이 빈말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를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은 연이은 관세 발표가 지극히 즉흥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화를 모색하는 듯했던 정부가 1000억달러에 달하는 관세 방안을 갑작스럽게 내놓은 것은 치밀하고 구체적인 분석을 근간으로 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버코어의 테리 하인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1000억달러 관세 발표는 투자자들이 무시해야 할 사안”이라며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농가를 정조준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정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실제 무역전쟁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호라이즌의 그렉 발레리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희석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싸움을 부추기고 있고,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앞으로 뉴스 헤드라인은 악화 일로로 치달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미 재무부가 마련 중인 중국 투자 규제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IT를 중심으로 증시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제시된 1000억달러 규모 관세에 대한 중국 측의 대응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골드만 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규모가 총 1500억달러에 달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 규모는 1310억달러”라며 “중국 정부는 미국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을 공략하는 한편 위안화 평가절하를 도모해 관세 충격을 축소시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표는 아니지만 중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중국의 국채 매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