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선중 기자] "가상화폐 좀 사주실래요. 수수료 드릴게요."
가상화폐를 활용한 '신종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뜨거운 감자' 가상화폐가 돈세탁 수단이 된 데 이어 보이스피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활용 대상으로 '용도'가 확장된 것이다.
12일 가상화폐 관계자들과 보이스피싱 단속 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은 A씨가 대표적인 사례로 화제가 됐다.
A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는 '수수료 3퍼센트(%)를 떼어줄 테니 가상화폐를 대신 구매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A씨는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해 충분한 검토 없이 응했다고 한다.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니 곧 1000만원이 입금됐다.
A씨는 수수료 30만원을 제외한 970만원 어치 가상화폐를 구매해 사기범에게 넘겨주는 '운명'을 맞았다. A씨가 받은 1000만원은 사기범이 '이전 보이스피싱'으로 탈취한 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날 A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꼼짝없이 A씨는 졸지에 '돈세탁'을 도운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리게 됐다.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 셈이다. A씨의 은행계좌는 동결됐다.
게다가 A씨는 무죄 입증까지 해야 했다. 공범 의혹을 벗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수백만 원을 웃돌았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17년 중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총 피해액은 약 2423억원이다. 2016년 1924억원에서 약 499억 증가한 수치다.
"가상화폐를 악용한 신종 수법이 등장해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했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한해 가상화폐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148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가상화폐는 기존 돈세탁 수단으로 이용된 '대포통장'(차명계좌)에 비해 자금 추적이나 지급 정지가 어려워 새로운 돈세탁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 측은 "가상화폐로 세탁한 돈을 환급 받으려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거쳐야만 한다"며 "피해금액 환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는 규제나 단속이 강화되면 발생 건수가 줄어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범죄 수법이 규제의 덫을 피해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이내 다시 증가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본인은 아무리 피해자라고 주장해도, 경찰 처지에서는 그 말이 사실인지, 보이스피싱 공범이 거짓말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돈을 건네주거나, 계좌번호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며 "상식적인 차원에서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경찰서(☎112)나 금융감독원(☎1332) 혹은 해당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