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진엽 기자, 양태훈 기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보윺 주식 전량 매각이 그 시작이다.
삼성SDI는 보유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지난 10일 장 마감 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매각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체 매각규모는 5599억원으로, 주당 거래 가격은 전날 주당 종가인 14만4000원에서 3.8% 할인된 13만8500원으로 거래됐다. 이 주식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에서는 삼성SDI의 이번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재벌개혁(금산분리, 순환출자 해소)' 정책과 관련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SDI는 이듬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중 합병으로 추가된 500만주만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정위는 유권해석을 변경하면서 삼성SDI에게 보유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삼성SDI는 이번에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고리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해 총수가 적은 지분만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게 하는 구조를 뜻한다.
삼성SDI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순환출자 해소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기로 한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삼성SDI의 이번 삼성물산 지분 매각완료로 삼성그룹에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는 기존 7개에서 4개로 줄어들게 됐다. 이에 삼성전기(2.61% 보유)와 삼성화재(1.38% 보유)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도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나머지 4개의 남은 순환출자고리 역시 이른 시간에 해소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다른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10% 이상 소유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금융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즉 삼성계열 금융사는 삼성전자 주식을 10% 이상 소유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8.23%, 1.44%로 총 9.67%다. 지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삼성전자가 약속대로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8.88%, 삼성화재는 1.55%로 둘이 합쳐 10.43%가 된다. 최소한 0.43% 이상은 팔아야 하는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전자 지분은 9.67%에서 10.43%로 높아져 금산법에 따라 10%를 초과하는 지분의 매각이 필요하다"며 "당초 최소한의 지분(0.43%)만 매각할 전망이었지만 재벌개혁론장인 김기식 전의원의 금융감독원장 취임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해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