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재팬 패싱(배제)을 피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북한 문제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양상이 이어지자, 미국은 물론 중국·한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대북 강경론'만 펼치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일본 내부에선 "6자회담 관계국 중 일본만 '모기장 밖(蚊帳の外)'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주변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각국 정상과 회담을 추진하는 등 입지를 넓히려 열심이다.
하지만 '애타는' 일본에 비해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온도 차가 선명한 모습이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7년 11월 6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우)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 '재팬패싱' 우려에 애타는 日 VS 덤덤한 韓·中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고노 다로 외무상이 전날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무장관과 연이어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미사일을 폐기할 때까지 대북 압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데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경화 장관은 "북한은 대화를 하는 동안엔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화의 모멘템을 지속하는 것이 비핵화 문제에 있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압력만 가하려는 일본의 입장에 한국이 동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일 간의 '온도 차'는 일본인 납치 피해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노 외무상은 "27일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납치 문제를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강 장관은 "현 단계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도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협력을 하겠다"고 말한 데 그쳤다. 신문은 "아베 정권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납치 문제에서 한국이 '확약'을 피한 것"이라고 평했다.
'미적지근한' 반응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오는 15일~17일 일정으로 일본에 방문해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과 '중일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중일 간 고위급 회담은 지난 2010년 8월 베이징 이후 8년 만이다.
오는 5월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방일도 예정돼있다. 일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연 내 아베 총리의 방중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움직임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이란 명분을 활용해 관계 개선과 함께 한반도 문제서 일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의 '구애'에 선을 긋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9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을 만나 "일본이 역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 '온도 차'는 미국도…日언론 "아베도 北과 대화 나서야"
'밀월 관계'를 자랑했던 미일 관계도 이전보다는 온도 차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오는 6월 초순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신문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내밀 교섭 카드로 인권 문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밀월'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전보다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납치 문제 논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협상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미일 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천명하면서 '재팬 패싱' 우려가 일었다는 점도 미일 간의 온도 차를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 중 하나다.
이에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외교술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일 간 회담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 관련 논의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했다.
도쿄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현재 일본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과의 접점을 잡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을 통해 북한에 직접 대화 의향을 전달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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