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해외 ‘먹거리’ 고민에 빠진 건설사가 반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아랍에미리트연방(UAE)과 베트남의 공사 수주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역보험공사과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을 내세워 수주지원단을 꾸린데 이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장관이 직접 건설업계를 챙기며 수주 지원 방안 모색을 시작했다.
정부가 이들 나라에서 수주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는 총 25개다. 공사액은 약 600억달러(한화 약 64조원). 이는 국내 건설사의 연간 총 해외 수주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실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면 최근 해외시장에서 겪은 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 아래 UAE와 베트남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 해외시장 공략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 해외담당 임원은 “해외사업에 많이 참여하는 10위권내 상위 건설사들은 대부분 최근 1년 새 해외공사 잔액이 2조~3조원 줄어든 상태로 신시장 개척, 해외인력 관리, 매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이 두 나라에서 수주가 늘어나면 건설업계의 해외 공략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지난 2013년 수주한 공사비 2조원 규모의 모로코 화력발전소 모습.<사진=대우건설> |
UAE와 베트남에서 발주할 대형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UAE에선 150억달러(16조600억원) 규모의 신규 정유공장 사업이 가장 크다. 이어 ▲가솔린·아로마틱스 프로젝트(35억달러) ▲보루주4 석유화학단지(80억~100억달러) ▲지하 하수 터널공사(20억달러)를 비롯해 총 15개 사업이 순차적으로 발주 예정이다.
베트남에선 ▲롱안1·2 석탄화력발전소(49억달러) ▲꽝찌2·3 석탄화력발전소(38억 5000만 달러)를 비롯한 10개 사업이 발주를 앞두고 있다. 이중 8건이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플랜트산업협회에 신규 발주 정보를 기업들에 제공하는 ‘프로젝트 정보은행’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달 13~14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UAE 다운스트림 투자포럼’에 민관 합동 수주사절단도 파견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 ‘UAE·베트남 프로젝트 민관 전략회의’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건설사의 경쟁력, 기술력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며 “UAE와 베트남의 수주 확대뿐 아니라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에서 109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관이 협력하면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좀처럼 활기를 펴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시작된 국제유가 약세에 따른 것. 이후자금난에 시달리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발주를 줄이고 있어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이 우리보다 높은 중국과 인도의 건설사와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10년 최대 716억달러(76조3500억원)로 치솟았던 연간 해외 수주는 2015년 461억달러(49조1700억원)로 줄었다. 2016년부터 2년 동안은 300억달러를 밑돌았다. 올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별로도 해외시장에서 대체로 부진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공사 잔액이 2016년 말 8조2200억원에서 작년 말 5조1400억원으로 37.4% 급감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11조9600억원에서 7조2800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건설도 20조5600억원에서 16조7200억원으로 빠졌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춘 플랜트, 발전소 발주가 많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다만 단순히 수주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 해외시장에서 양질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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