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권이 한 달여 만에 금융감독원장 2명이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최흥식 전 원장의 채용특혜 논란에 이어 김기식 원장의 셀프 후원 위법에 따른 잇따른 사퇴다. 금융감독원은 수장의 잇따른 낙마로 패닉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김기식 원장의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자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청와대가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혀, 김 원장은 취임한지 15일 만에 퇴진하는 최단기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 도중 금감원 배찌를 가리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지난달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채용특혜 의혹에 휘말리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역대 최단명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됐지만, 김기식 신임 원장이 취임 보름 만에 낙마하면서 금감원은 전무후무한 상황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김 원장 취임 후 금융개혁 뿐 아니라 내부에선 금감원의 조직 혁신, 위상 강화 등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날 저녁 선관위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을 포함해 금융권에선 선관위의 위법 판단이 나오진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출장 등이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청와대의 질의에 대해 '위법' 결정을 내리면서 김 원장의 즉각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애서 김 원장이 제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자신이 주도한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후원한 것에 대해 "종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날 선관위는 '위법'으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제113조에 위반된다"고 명시했다. 또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보름 여 만에 낙마하자 금융권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경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금융당국발 불확실성"이라며 "김기식 원장 사의 표명 이후 이어질 금융권 상황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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