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드루킹’이 정치사회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범죄 성격의 사회적 문제, 또 정치권을 들끓게 만드는 파괴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네이버 등 인터넷상에서 사용되는 아이디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말 네이버 등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추천 사례를 수집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수사 결과 민주당원이었다. 도둑놈 잡고 보니, 집안 식구인 셈.
드루킹 아이디를 쓰는 김 모 씨 등 일당은 지난 1월17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네이버 뉴스의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공감’을 눌렀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백개의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경찰은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이들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댓글 조작, 여론 조작 등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는 모양새다.
이 사건에 머쓱해진 민주당은 ‘드루킹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연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드루킹은 지난해 대선 뒤 김 의원에게 대형 로펌 출신의 오사카 총영사를 청와대에 추천했으나 청와대는 채용하지 않았다. 이후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협박성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야3당은 경찰과 검찰을 방문해 공정 수사를 촉구했다. 또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강력 대응 태세를 보여 사건이 장기화할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떠 드루킹 사건과 함께 ‘황제외유’ 논란에 최근 사임을 결정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특별검사 추진에 나섰다.
들끓는 정치권에 법조계에서도 논란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드루킹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도 정치권이 강하게 밀어붙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정치권이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드루킹을 잘 활용하려는 속내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서초동 분위기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드루킹 사건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치권 공세에 검경이 희생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완성 단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표면적으론 공정 수사를 앞세우지만 검찰과 경찰 중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반부패 개혁, 검찰 등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다음달 새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핵심 역할을 맡으며 조정안을 완성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당연히 공정한 수사로 말해야 한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수사해 끝이 좋았던 역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이 수사기관을 찾아가 공정 수사를 촉구했다는 거 자체에 의구심이 들 만하다. 지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완성되는 매우 민감한 때이다.
정치권이 혹여 드루킹을 악용하면 안 된다. 드루킹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이는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이 흔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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