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채송무 기자]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2018 남북 정상회담은 과거에 개최된 두 번의 정상회담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2018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이 개발 단계였던 과거와 달리 이미 완성을 선언한 상태에서 일괄 타결을 의제로 놓은 협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난 2000년 6.15 정상회담은 주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안이 논의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2007년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과 구체적 교류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임기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
비핵화를 의제로 한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및 이후 다자간 논의로 이어지는 현 상황은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소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외교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2018 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캡처> |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는 핵 개발 지연을 가지고 나왔다면 이번에는 일괄 타결이어서 차원이 다르다“며 ”과거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고난의 행군시대로 자신감이 없었다면 지금은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시대에는 정상국가 스타일로 가면서 외교 협상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 발전으로 이같은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文 대통령 임기 초반, 정상회동 정례화할 수도
김 전 대통령 임기의 중반부, 노 전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 치러졌던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점도 다른 점이다. 한국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민주당 출신인 클린턴 행정부에서 공화당 출신 부시 행정부로 교체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기회를 놓쳤던 점을 생각했을 때 이는 커다란 차이다.
이른바 '페리 보고서'의 주인공인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북핵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관련 뉴스핌 포럼에서 "2000년 말 양국 정상이 서명할 지점까지 완료됐지만, 한 달 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섰고,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며 "북한의 핵무기를 돌릴 수 있었는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회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과 트럼프 미국 정부 모두 임기 초반에 남북 정상회담과 뒤이은 북미 정상회담을 열게 되면서 여기에서의 합의안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 후속 정상회담 및 정상회담 정례화 등을 통해 정상회담의 성과가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
◆ 사상 첫 北 최고 지도자 남한 방문, 전 세계 눈길..
김정숙-리설주, 남북 퍼스트레이디 회동 열릴까
회담의 장소도 커다란 변화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다. 김 전 대통령은 서해 직항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TV의 2일자 보도 <사진=뉴시스> |
반면 이번에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다. 특히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이 회담장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지역을 방문하는 사상 첫 사례가 될 예정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십만 평양 시민의 환영을 받았던 것과 비교할 때 2018 정상회담은 제한된 장소의 성격상 다소 소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달리 남북 정상들의 첫 부부 동반 회동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과거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도 방북 당시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를 동반했지만, 부부 동반 회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공식 배우자가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여사의 역할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첫 외국 방문인 방중에도 함께 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회 및 오찬 등의 일정에 참석했다. 이 여사는 남측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는 등 최근 주요 행사에 등장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 보도에서 리설주 '여사' 호칭을 사용했고, 이후에는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는 표현을 쓰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보통 국가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도 리 여사를 동행하면 최초로 남북 퍼스트레이디 회동이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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