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야하나를 놓고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과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
<자료=신한금융투자> |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예측에 유용한 선행지표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 축소된다. 단기 금리는 정책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면 장기 금리는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기대 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3일 톰슨로이터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채 30년물과 5년물간, 10년물과 2년물간 금리 격차는 각각 33bp, 44bp까지 좁혀졌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2013년초 250bp에 달했으마 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급격히 줄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드는 첫번째 이유는 정책 금리 인상이다. 미 연준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세제를 개편함에 따라 단기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반면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에 비해 덜 올랐다.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약화되고 경기 상승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준 총재는 이런 일반적인 인식에 동의한다. 그는 2001년과 2007년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가 나타났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최근 상황을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면 파월 연준 의장이나 랜달 퀄스 연준 이사는 다르게 분석하고 있다. 즉, 장단기 금리 차 축소가 경기 침체를 예견하지는 않는다고 보고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FOMC 기자회견에서 "장단기 금리 차가 경기 침체를 예견하는 지표라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실제 침체 가능성은 좀 더 관찰해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을 내놓았다. 과거 경기순환 데이터를 보면 2000년대처럼 장단기 금리 차 축소가 경기침체로 이어진 사례도 있고, 1990년대처럼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됐지만 경기 확장이 계속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미 연준의 3~4회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일부 연준 의원들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통화정책 사이클 상 불가피하다"며 "연준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 자체가 경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단기 금리가 인하되면서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시점이 주가가 빠지는 시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책금리 인상이 완료된 이후부터는 증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축소는 경기 침체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만기가 긴 채권일 수록 이자를 더 받아야 되는데 이자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기 금리가 미래에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2015년 하반기 이후로 50bps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윤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보다도 내부적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며 장단기 금리차가 좁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해석되면서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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