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을 포함, 최근 폭로되고 있는 가족 관련 논란 등에 대해 22일 "모든 것이 제 불찰이자 잘못"이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지난 12일 '물컵 투척' 사건이 처음 공개된 지 10여일 만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이날 조 회장의 사과는 다음 주 초쯤으로 예상되는 조 전무의 경찰 출석 등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경찰이 조 전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다, 전날 관세청이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가족 전체의 범법행위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서둘러 사과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조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자신의 두 딸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무를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킨다고 밝혔다. 대신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인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결국 조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까지 하게 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관련된 논란은 지난 12일 외부로 알려진 조현민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에서 시작됐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한 광고대행사와의 대한항공 영국편 목적지 광고 회의 도중, 대행사 팀장과 의견 충돌이 발생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이 든 컵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이에 컵 안에 들어있던 물이 일부 직원들에게 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조 전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전무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심지어 조 전무가 이날 연차를 내고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항공의 국적기 지위를 박탈해 달라는 청원이 줄지어 올라오는 등 국민 여론이 점점 악화됐다.
이에 경찰은 13일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곧바로 귀국한 조 전무는 "제가 어리석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물을 뿌리진 않았고 밀치기만 했다"고 폭행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리고 곧장 변호사를 선임, 경찰 수사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로부터 며칠 후인 지난 17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를 마무리하고 정식수사로 전환,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법무부에 조 전무에 대한 출국정지도 신청했다.
이후 조 전무가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의혹을 포함, 조 회장 가족들에 대한 끊임없는 내부 폭로가 이어졌다. 특히 외국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불법으로 반입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이 과정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폭로가 있어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18일과 19일 증거 확보를 위해 피해 광고대행사와 조 전무의 대한항공 집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21일에는 관세청이 한진 삼남매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경찰 관계자는 "조 전무 폭행사건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말 맞추기와 회유·협박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면서 "조 전무의 휴대전화 등 압수품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검증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 대로 조 전무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조 전무는 이르면 다음 주 초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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