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한항공이 조현민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이 공개된 이후 공식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한 채 바짝 몸을 숙이고 있다. 조 전무가 물컵을 던진 회의에서 논의됐던 영국편 목적지 광고는 결국 방송되지 못했고,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도 미뤄졌다.
조현민 전무.<사진=한진그룹> |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 전무의 '물컵 투척' 논란이 불거진 이후 최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지 4일째인 지난 16일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 대기발령 조치를 취한 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가급적 언급을 자제 중"이라면서 "향후 추가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만 간략히 밝혔다.
대신 조 전무의 변호사가 현재 상황과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고 있다. 조 전무는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를 선임, 법률적 조언을 받으며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임 변호사는 17일 "조만간 경찰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적극적으로 응해 (사실을) 소상히 밝힐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수사기관에 나가 정확하게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준비한 영국편 목적지 광고도 결국 중단됐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물컵 투척' 사건은 조 전무가 한 광고대행사와 영국 목적지 광고 캠페인 관련 회의를 하던 중 발생했다. 조 전무는 회의 도중 광고사 팀장과 의견 충돌이 발생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이 든 컵을 바닥에 던졌고, 컵 안에 있던 물이 일부 직원들에게 튀었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번 영국 목적지 광고 캠페인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편 방영에 앞서 티저(예고) 광고를 따로 제작해 내보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 전무 관련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자 사실상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아예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사실 광고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면서 "이미 방영됐던 티저는 물론 본편 광고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올해 승진자 등에 대한 최종 결재가 끝났으나 아직까지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사 시기는 워낙 유동적"이란 입장이지만 사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조 전무 논란으로 인해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지금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인사 발표가 늦어지는 것 같다"면서 "승진 대상자 입장에선 기다리느라 답답할 수 있지만 지금 회사 상황을 고려할 때 발표가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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