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가운데 일본이 동맹국 사이에서 잊혀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남북 정상회담 디저트 메뉴조차 일본을 초조하게 했다"며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독도가 그려진 디저트가 제공된다는 사실에 반발한 일본 정부의 모습은 한일간의 오래된 긴장을 보여줄 뿐 아니라 핵무기와 관련한 북한과의 중요 회담들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러한 걱정은 최근 '급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주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오는 5월 말 또는 6월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추구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또 수십년 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귀국에 대해서도 압박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지난 24일에는 오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도 전화통화를 통해 비슷한 약속을 요청했다.
원칙적으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아베 총리의 요구에 동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일본은 결코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 확신하지 못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일본은 북한의 '변덕스러움'에 익숙해져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일본에 새로운 것이다.
도쿄대학교의 구보 후미아키 정치학 교수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약간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등 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을 곤경에 빠지면 도와줘야하는 대상으로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동맹을 이용할 좋은 시기로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빠른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일본이나 역내 안보도 희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김 위원장은 더는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의 발표에는 핵과 탄도 미사일을 포기하겠다는 의사가 없었고, 오히려 이를 통해 국제 제재를 완화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논평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시립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이자 경제학 교수인 박일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일본이 뒤처진 것 같고 위협에 직면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며 "일본은 미국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든지 간에 무기를 더 많이 구입해야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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