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112조원대 우리사주 배당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 사태의 본질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한 자리가 열렸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우리 증권사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전산시스템에 있다고 보며, 특히 번거롭다는 이유로 우리사주 관리를 증권사에 넘긴 예탁결제원을 질타했다.
유령주식 500만주 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과세 문제는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매도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이 다르다며 공매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조세정책학회는 서울 서대문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27일 한국조세정책학회는 서울 서대문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승현 기자> |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허술한 전산시스템에 있음을 언급하며 특히 예탁결제원을 지적했다.
박남건 교수(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는 “가장 큰 문제는 삼성증권이 아닌 예탁결제원의 문제”라며 “한국은행은 은행의 은행이고 예탁원은 증권사의 은행인데, 총발행주식수 관리를 제대로 안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예탁원의 정산은 하루가 끝나야만 가능해 장중에는 유령주식 사태가 발생해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총발행주식수를 넘는 입고와 주문에 대해 (시스템상) 긴급 알람이 왜 울리지 않는가”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공매도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차입 공매도는 개인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예탁원서 일괄 신고받고 공시하면 관리할 수 있다“며 ”화투를 칠 때도 48장을 확인하고 시작하는데, 장수 확인이 안됐다는 문제는 결국 예탁원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한상 교수(고려대 경영학과) 역시 사태의 본질은 팻 핑거가 아닌 허술한 전산시스템 디자인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증권사는 일반주주에 배당을 실시할 경우 예탁결제원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우리사주 현금배당은 증권사가 직접 처리하고, 주주 배당금 계산액을 예탁결제원에 보내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분은 뺀다.
이 교수는 “이런 처리를 하는 이유는 우리사주는 일반과 달리 비과세처리를 해야 하는데, 예탁원이 이걸 구분하기 귀찮아 해 우리사주조합 총괄 계좌만 가지고 회사에게 우리사주 실제 배당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삼성증권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무관심 ▲임직원 자기매매 규제의 허술함 ▲엉터리 공매도 시스템 ▲최하위권으로 추정되는 거래소 및 감독기관의 IT 시스템 및 감독능력의 부재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착오 사태에 관해 특별점검을 진행한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28억원의 배당금을 28억주로 잘못 입금했다. 이날 잘못 배당된 주식 규모는 112조6984억원 수준이다. 일부 직원들이 이중 약 2000억원 규모(501만2000주)를 장중에 매도해 차익 실현을 꾀하며 주가가 장중 한때 12% 폭락한 바 있다. 9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시내의 삼성증권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토론에 앞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배당사고 관련 삼성증권과 매매 임직원에 대한 과세가능성 여부 검토 결과 과세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오 교수는 “착오로 입고된 유령주식은 법인이 적법하게 보유한 주식이 아니어서 대주주 양도 관점으로 과세할 수 없다”며 “주식을 매도한 직원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상 위법소득으로 과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도 직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2010도 891판결)와 같이 횡령죄를 적용시킬 여지가 있지만 횡령죄는 전산 착오로 생성된 유령주식을 ‘재물’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회사가 직원에게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매도 폐지 주장에 대해 “이번 사고는 공매도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며 “공매도를 폐지하기보다 개인-기관간 공매도 접근성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김용민 학회 금융세제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사회로 문성훈 교수(한림대 경영학과), 박남건 교수(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이한상 교수(고려대 경영학과), 장재형 박사(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가 참여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