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현대글로비스가 주가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까지 주가가 회복하지 않으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개편 로드맵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사진=현대글로비스> |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15만1156원으로, 매수한도는 5000억원으로 각각 설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분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에 보유중인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이달 29일 합병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까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상이라면, 현대모비스의 합병안 가결이 확실하다. 시장에 내다파는 게 훨씬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에 합병안 가결에 필요한 출석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표는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게 되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회사에 매도하기 위해 합병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로 매수대금이 5000억원을 초과하면 분할합병의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6조2000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주주 8%만 분할합병에 반대해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은 중단된다.
실제로 최근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현대모비스와의 분할합병 무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4월말 16만85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10%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 현 가격대만 유지해도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은 성사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달 17일 18만8000원을 찍은 이후 9거래일중 7일동안 10%가량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비스의 부진한 실적 영향이다. 1분기 매출액은 3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4% 감소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실적이다.
반대로 현대모비스는 현금 2조5000억원과 알짜인 AS부문 및 모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떼어주는 데도, 최근 주가가 24만8000원대로 오르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발표 이후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사진=김학선 기자> |
그러나 실적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내놓은 미래 전략이 시장 기대치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25년 매출액 40조원(기존 목표 23조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만 내놨을 뿐, 현대모비스에서 떼어 나오는 AS부문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시장우려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 공장의 생산성이나 대리점 납품 가격 하락 등의 우려가 여전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신속한 현대 지배구조 제안(The Accelerate Hyundai Proposals)’ 레터에서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모듈과 AS 부문 분할합병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사업전략 개선을 지적했다. 또한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 부품 OEM사들은 높은 수익성을 AS에서 얻고 있는데 글로비스는 설득력 있는 전략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측은 "현재 매출 16조4000억원, 손익 9000억원에서 분할합병 이후 매출 30조4000억원, 세전이익 2조3000억원 규모의 회사가 되므로, 주주 입장에서도 향후 상당한 규모를 갖추어 안정적인 수익력 및 현금창출력이 확보된 사업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면서 주가가 더 올라 지배구조개편작업을 무난히 진행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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