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우선 기존에 있는 인원으로 줄어든 근무시간에 맞춰 해보려고 합니다. 안 되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사람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 중견 제조기업의 노무 담당자 A씨는 근로시간 단축을 두달 앞둔 시점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것은 맞지만, 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손실없이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에 대해 중견제조기업들이 여전히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상시 근로자수가 300인 이상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은 유예기간 3년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지정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되면 중견제조기업은 우선 인력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제조업종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기존 생산량 유지가 어렵다. 또 제조업종에서 생산량 유지를 위해 추가 인력을 모집해도 업무환경에 대한 우려로 지원자가 적고, 신규 근로자가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심지어 중견기업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도 불가하다.
A씨는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할지 계산하기 위해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국인 근로자를 어렵게 구한다 하더라도 업무 교육시간이 한 달은 걸려 인력 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
또한 300인 이상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현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 1일부터,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과 인력운용에 여유가 있고, 또 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들은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1년에서 3년정도 남아있지만 근로자 300인 이상 중견기업은 둘다 애매하다.
사실상 3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일부 중견제조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력문제를 대기업과 같은 7월1일까지 대비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이 지난 2월 말 통과된 것을 감안하면, 대비 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고 이미 2개월이나 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었다. 화장품 용기업체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직접 국민청원 글을 올리고 "1일 평균 20시간 가동이 필수인 사출 업종에 급작스러운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를 연장하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등 추가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 B씨는 "우리 중견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적극 협조하려 한다"며 "하지만 대비기간이 너무 짧은 데다가 현장의 인력문제는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과 규모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해 유예 기간을 단계별로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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