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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비핵화로 노벨평화상? 우선 이란 핵협정부터 지켜라

기사등록 : 2018-05-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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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성과를 거두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에 앞서 이란 핵협정을 존중하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토니 블링큰은 미국 뉴욕타임즈(NYT)지에 2일(현지시간) 실린 사설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블링큰은 우선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남북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어느 정도 있다며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시작한 경제적 압력과 고립 정책을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화염과 분노’의 위협을 가하며 김정은 위원장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전쟁이 일어날까봐 겁을 먹게 만들어 오히려 평화적, 외교적 해법을 서둘러 모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지난 2년 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룬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잠시 멈춤’ 버튼을 눌려 본인이 초래한 긴장을 다소 완화시킬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애초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 교환한 뒤 서로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성과를 이뤄 노벨평화상을 받기에는 복잡한 협상을 거쳐야 하고 수많은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블링큰은 우선 ‘4.27 판문점 선언문’에 명시된 비핵화 관련 표현이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12년 2.29 합의에 나타난 표현보다 훨씬 모호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란 정권 교체를 막는 최고의 보험 정책이자 국제적으로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있는 티켓이기 때문이다.

블링큰은 협상을 질질 끌며 경제적 양보를 얻어 내고 결국 약속을 저버리는 전략은 북한의 김 일가가 예전부터 써온 수법이며, 미국은 이러한 수법에 걸려 고삐를 죄었다가 늦추기만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쥔 패 하나를 못 쓰게 만들어 버렸다고 논평했다. 즉,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만 강경 자세로 나가도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트럼프만 혼자서 무력 위협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북 제재에 대한 명분도 약화됐다. 이 덕분에 김정은 위원장은 테스트만 하지 않을 뿐이지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만지작거릴 시간을 벌게 됐으며,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얻지 못한 정당성을 안게 됐다고 블링큰은 해석했다.

또한 한국과는 비핵화와 별도로, 그리고 비핵화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평화협정 체결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의 전임 정부들은 비핵화가 평화협정보다 우선이라는 방침을 고수했는데,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방침을 고수하면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큰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기껏 해야 세심한 실무 협상과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한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세심하거나 지속적인’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브루킹스]

이어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핵협정을 도출하는 데에 거의 2년이 걸렸고, 이제 트럼프는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이란 내 강경파에게 핵 개발 명분을 쥐어 주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란 핵은 차치하고라도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혀 믿지 못하게 될 것이며, 북한 비핵화 협정에 대한 기준을 불가능할 정도로 높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블링큰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북한에게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핵무기를 축소하며 사찰단을 허용하는 한편 신중하게 경제제재를 일부 철회하는 잠정 합의를 끌어낸 뒤, 궁극적인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담은 포괄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링큰은 “수많은 우연과 노력이 겹쳐 트럼프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바라고 끝까지 노력하면, 상은 못 받아도 세상은 덜 위험한 곳이 될 것”이라는 말로 사설을 갈무리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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