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범준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3일 두 번째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엘리엇 측 대변인은 "합병 과정에서 이전 정부와 국민연금의 부당개입과 관련해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오랫동안 잠정 중단 상태이던 검찰 내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언론에 노출된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절차에 착수했다.
이어 "엘리엇은 한국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스왑 거래를 활용했다"면서 "앞서 조사를 한 금융감독원이 위법행위로 결론내거나 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의 내사가 2015년께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이 소액주주로서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새삼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다는 점 또한 주시하고 있다"면서 법적 다툼을 암시했다.
앞서 엘리엇은 1차 발표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면서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의 행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한 것이며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금융조사1부 부장검사)는 최근 엘리엇 관계자들에게 참고인 조사 소환을 통보했다.
소환 대상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할 당시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5~6월께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5% 룰'을 위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5% 룰이란 특정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일 안에 공시를 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당시 엘리엇은 2015년 6월2일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어 이틀 뒤인 4일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재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같은 대형사 지분 2.17%(약 340만주)를 짧은 시간 안에 매집한 것에 대해 의심하고 조사에 나섰다.
삼성물산 본사 <사진=이형석 기자> |
조사 결과 엘리엇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악용해 삼성물산의 지분을 사전에 확보한 의혹이 포착됐다.
TRS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만 당사자가 떠안는 조건으로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사는 투자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엘리엇이 이렇게 사전에 확보한 물량이 있었기 때문에 6월 초보다 더 일찍 공시를 했어야 했다고 보고 지난 2016년 2월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금감원 등 금융당국 담당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우리 정부가 삼성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실을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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