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중국 IT 기업을 향한 날선 칼끝을 쉽게 거둬들이지 않을 모양이다. 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대형 IT 기업을 저격해 왔던 트럼프 정부가 이번에는 전 세계 미군에 양사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전일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화웨이와 ZTE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도청 등으로 미군의 작전 등 정보가 유출되는 안보상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군인들이 기지 밖에서도 중국 제품 사용에 주의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화웨이 등의 통신기기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의심하며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고자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의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화웨이와 ZTE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 법무부는 대이란 제재에 대한 위반 혐의로 화웨이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 상무부는 ZTE에게 미국산 반도체 칩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를 받아 브로드컴의 퀄컴 매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CFIUS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화웨이를 이롭게 할 것”이라며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이 5G 분야 등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현저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이전부터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하며 미국의 기술이나 정보 유출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지적재산이나 데이터를 훔쳐 악용하고, 미국의 정치에 개입하고, 항공우주산업을 노리고, 중요한 인프라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의 지적재산 침해를 이유로 합계 1500억달러(약 162조원)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본격화됐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화웨이와 ZTE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는 등 중국 IT 기업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둥팡IC] |
◆ 중국, IT 핵심 기술 독자 개발에 박차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직면한 중국은 IT 핵심 기술의 독자 개발을 서두르며 국면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정보 분야의 핵심 기술을 독자 개발해야 한다고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도 지난 4월 도쿄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반도체 시장은 완전하게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만일, 미국이 중국에 칩을 팔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자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은 “중국이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지적재산을 부정하게 다룰 것이란 우려는 안보상 관점에서 트럼프 정부 이전에도 있었다”며 “최근의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방식에는 자유로운 연구 개발이나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기술산업협의회의 딘 가필드 회장은 지난 4월 미 상원 공청회에서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과 협조해, 기한을 정한 뒤 중국에 설명 책임을 요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관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goldendog@newspim.com